[사설] 北 휴전선 장벽으로 ‘자유’ 열망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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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
남북 관계 단절 선언 이후 물리적 연결도 차단
정부는 ‘도발 징후’ 파악과 전선 경계 강화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9 00:02:01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 장벽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그 목적과 의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 군 소식통은 북한이 휴전선(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장벽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정황이 우리 군의 감시자산에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북한판 ‘베를린 장벽’을 세우는 것인지 정확한 상황 파악은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군 당국은 육·해상 어느 곳이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 북방한계선 여러 지점에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장벽 형태의 시설물 설치 작업을 하는 모습이 우리 측 감시자산에 포착됐다. 장벽뿐 아니라 북한 내부를 잇는 자체 전술도로를 건설하고, 군사분계선 북측에는 지뢰도 추가 매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어제(18일) 오전에는 중부전선 DMZ 내에서 작업을 하던 북한군 일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군의 경고사격과 경고방송 이후 물러갔다. 앞서 9일 중부전선 DMZ 내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수십 명이 MD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퇴각한 데 이어 두 번째 침범이다. 합참은 북한군이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바로 북상했다는 점에서 두 번 다 단순 침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장벽을 세우는 이유가 뭘까.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북한군과 북한 주민의 월남 및 귀순 차단 등 내부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도발에 우리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맞대응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당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강력한 대북 심리전 전술이다. 이 심리전에 북한 병사들과 주민이 동요될 것에 대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 노선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했다. 만일 북한의 구조물 설치 의도가 김정은이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보여 주려는 것이라면 이는 시각적 효과를 통해 남남 갈등을 유발한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철조망 너머로 들려오는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동요될 수 있는 군인이나 주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더 실린다.

그러나 장벽이 과연 북한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현재 휴전선에 복무하는 북한군은 50만~60만 명이다. 이들은 북한 MZ 세대로 ‘장마당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배급 시스템이 무너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생존을 위해 장마당으로 나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 세대는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와 외부 문화를 접했고, 무엇보다 외부 문화를 목말라한다. 특히 남한 문화에 대해 호기심과 호감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 측 대북방송 재개에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북한군이 한류와 외부 정보에 노출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자유세계의 정보야말로 미국 미사일보다 훨씬 더 체제 유지에 위협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진짜 속내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눈앞에서 장벽을 쌓는 동안 뒤에서 다른 계책을 꾸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군은 휴전선과 서해 북방한계선 등 전선 경계를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 징후를 파악하는 한편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