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 잃은 배달대행사… 대규모 권고사직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E fact > 유통·물류·광고

바로고 권고사직 시행… 전체 260명 중 80명 퇴사
만나코퍼레이션 라이더 배달 수행 대금 출금 제한
바로고·생각대로·만나플래닛 등 2년 연속 영업손실 기록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8 13:06:27

▲ 배달대행 업계가 대발 수요가 꺾이면서 칼바람이 불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대행 업계가 대규모 권고사직을 통해 구조조정하거나 추가 투자 유치에 난황을 겪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업체 바로고는 이달 초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권고사직을 마무리했다. 전체 260명 인원 중에서 80여 명이 퇴사했다.

바로고 지난해 매출액은 1684억 원으로 2022년 1178억 원보다 43% 늘었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166억 원이나 됐다. 2022년 영업손실 273억 원보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았다.

바로고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을 계기로 올해 9월 ‘첫 월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내부 목표로 정했다”면서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포스(POS) 사업은 확대도 축소도 아닌 현상 유지 전략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직원수를 절반으로 줄인 만나플러스를 운영하는 만나코퍼레이션은 라이더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달 수행 대금의 출금을 제한하면서 회사에 유동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만나코퍼레이션은 현재 1일 1회 30만 원으로 출금을 제한한 상태다. 사태 초기에는 1일 1회 100만 원이었으나 이후에도 출금이 몰리면서 제한 폭을 높였다.

만나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주문을 일부 처리하는 제3자물류(3PL)와 음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자체 배달을 수행하는 B2B 물류 수행이 최근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면서 “라이더가 수행한 배달에 대해 고객사가 지급하는 정산은 다소 시간이 걸리는데 이 사이에 출금이 집중돼 여유 자금 운용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만나코퍼레이션은 9월 시행될 예정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앞두고 사전 준비 작업을 위한 시스템 연동 및 개발 등으로 출금 서비스 제한이 발생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고객사가 월 1회 정산하는 게 원칙처럼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회사의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만나코퍼레이션도 지난해 초 30여 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선 바 있다. 추가 권고사직 계획은 없지만 외부 투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오히려 신사업 확장에 힘을 줄 계획이다. 현재 신한벤처투자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배달대행사들이 2년 연속 적자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로지올(생각대로)·만나플래닛·메쉬코리아 등 모두 2022년부터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로지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2억 1500만 원 △바르고는 166억3200만 원 △만나플래닛은 54억1700만 원 △매쉬코리아는 169억6200만 원을 기록했다.

이중 부릉을 운영하던 매쉬코리는 지난해 2월 대출금을 갚지 못해 법적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같은해 4월 채무 탕감을 위해 hy에서 긴급자금 600억 운을 수혈받아 지분을 매각해 지난해 hy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배달 대행사들은 경영난 원인으로 엔데믹 이후 배달 시장 축소와 무료배달 경쟁으로 촉발된 배달 플랫폼의 자체배달 강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로나19 시기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배달 음식 소비 규모는 지난해 26조4012억 원으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편 배달대행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배달앱 업계는 이탈한 이용자들을 잡기 위해 올해 4월부터 ‘무료배달’ 경쟁을 공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월 3990원의 ‘배민클럽’을 출시했고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 요기요는 네이버플러스멤버십과 손을 잡고 배달비 부담 완화 정책을 이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시장 불황 때문에 배달대행 업계들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기존 밸류가 너무 높고 흑자도 내지 못하는 구조라 투자 유치마저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라고 전망했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