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정국 혼란 속에서도 밸류업은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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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22 00:02:30

“밸류업은 윤석열정부에서 추진해 온 정책인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동력을 많이 상실한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밸류업 공시를 내지 않은 상장사들이 추가로 공시에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작년 말 야당의 반대로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지 않았나? 그것도 일맥상통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걱정 섞인 전망을 전했다. 계엄 사태 후 탄핵정국에 돌입하자 그는 정부 핵심 경제 정책 중 하나인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했다. 1년 넘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취재해 온 기자로서 지금의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위기는 지수 등락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7일까지 40여 일간 2.06%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코스닥 지수(4.91%)를 2%p 이상 밑돌고 KRX 지수 34개 중 13번째로 높은 상승률이었다.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된 영향이 컸으나 정치적 위기에서 투자자들이 밸류업 지수에서 해법을 찾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밸류업 공시도 잠잠하다. 새해 들어 17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자율공시)’를 발표한 기업은 2곳(하이즈항공·현대차증권)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말 밸류업 지수 발표 후 10월 18곳·11월 29곳·12월 35곳이 늘어났던 기세는 한풀 꺾였다. 주식시장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상장사는 여전히 밸류업 공시를 내지 않고 있다.

정치적 외풍에 밸류업 정책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밸류업 정책을 흐지부지 끝내기에는 우리 주식시장이 처한 상황이 너무 처참하다. 새해 들어 조금 오르긴 했으나 코스피 지수는 1년간 고작 1.9%(20일 기준) 올랐을 뿐이다. 일본 닛케이225(8.2%)보다 낮고 미국 S&P500(26.5%)·대만 자취안(31.6%)과는 비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해결해야 할 사안도 산더미다. 낮은 주주환원율 개선·내부거래 공시 강화·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 제고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중복 상장 등 상장사 증가율이 높고 문제 많은 기업을 퇴출시키기 힘든 점도 개선해야 할 사안들이다. 대통령이 직무 정지됐다는 이유로, 정권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정치권 모두 이를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다.

방법은 하나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밸류업에 대해 힘을 합쳐야 한다. 밸류업 정책이 윤석열 대통령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정치권 모두 주식시장 개선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전향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작년 말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법인세 세액공제·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밸류업 세제 지원 법안을 막았는데 이제는 바뀔 필요가 있다. 기업엔 자금 조달의 기회, 국민에겐 자산 형성 기회를 주는 주식시장을 키우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야당이 요구하는 거버넌스 개선 등의 내용을 어느 정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결실을 거두는 데 10년 이상 걸렸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밸류업 정책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 중간에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멈춰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정치적 변동이 있어도 정부·여당과 야당이 합심해 밸류업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는 걸 투자자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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