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반독점법 재판 前 6428억 원 합의 시도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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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C “경쟁 대신 인수 아니면 매장… 法 앞에도 돈인가”
메타, 패소하면 왓츠앱·인스타그램 매각해야 할 수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16 17:35:15

▲ 반독점 소송을 당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 반독점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소송을 제기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재판 전 합의를 시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지난달 말 FTC 앤드루 퍼거슨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반독점 소송 해결을 위해 4억5000만 달러(6428억원) 지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FTC가 요구한 벌금 300억 달러(42조8550억 원)에 크게 모자랐고 FTC가 문제 삼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가치를 생각하면 너무 소액이었다. 퍼거슨 위원장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고 최소 180억 달러(25조7000억 원)와 정부의 결정에 따르는 동의명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조급해진 저커버그가 제안 금액을 약 10억 달러로 올렸지만 FTC는 이 역시 충분치 않다 판단했고 결국 재판이 시작됐다.

소식통은 저커버그가 퍼거슨 위원장과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해 줄 것으로 확신에 찬 태도를 보였으며 재판 회피를 위한 로비를 강하게 벌였다고 전했다. 리나 칸 전 FTC 위원장이 저커버그의 제안에 대해 “망상적”이라며 “경쟁을 피하려 돈을 쓰더니 이젠 법 집행에서도 그렇게 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저커버그는 전날에 이어 이날 열린 메타 반독점 소송 둘째 날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이유로 카메라 앱 기능의 우수함을 들었다. “당시 빠르게 성장하던 인스타그램이 메타(당시 페이스북)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FTC 측 변호인 질문에 인스타그램이 당시 페이스북보다 “더 나은 카메라 기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이다. 모바일 앱 내에서 사진과 동영상 촬영·편집·필터 적용·공유 등을 포함한 기능을 의미한다.

이어 그는 “자체 카메라 앱을 ‘직접 만들지 인수할지’ 분석 중이었다. 인스타그램이 그 부분에서 더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자체 앱을 만들려던 여러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FTC 측이 과거 페이스북 내부 문서에서 “경쟁하기보다 인수하는 게 낫다” 등의 이메일을 공개하자 메타 측이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저커버그 언급이 메타가 잠재적인 경쟁자를 사들이거나 배제하는 ‘인수 아니면 매장해 버리기 전략’을 써왔다는 FTC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FTC 측은 이날 인스타그램 인수 전 당시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의 성장을 위협으로 느껴 발송한 내부 이메일을 여러 건 공개했다. 저커버그는 “문맥을 왜곡한 것”이라며 그런 내용의 문건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인스타그램을 인수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자 했던 열의를 강조했다. 또 “해당 이메일들이 인수 초기 단계에서 작성된 것이며 당시의 판단 내지 감정이 인스타그램 전체에 대한 관심과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진 못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과거에 그런 의도가 있었다 해도 지금 상황과는 관련 없다며 FTC 측 정의의 소셜미디어(SNS) 시장 범위가 너무 좁다고 주장했다. 현재 틱톡·유튜브·애플의 메시지 앱 등 메타의 많은 경쟁자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메타가 2018년 5월 인스타그램 분사를 진지하게 고려한 사실도 드러났다. FTC가 제시한 이메일에서 저커버그는 “빅테크 해체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5∼10년 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분사하라는 강제 조치를 받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역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요인 중 하나”라고 적었다.

다만 그는 당시 “인스타그램이 독립적인 상태로 남았다면 지금의 약 10억 명 가까운 월간 활성 사용자가 아니라 트위터나 스냅챗과 비슷한 3∼4억 명 정도 규모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전날 재판에선 인스타그램 인수후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FTC 지적도 부인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메타의 인스타그램(2012년) 및 왓츠앱(2014년) 인수가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불법적인 독점 행위라며 2020년 처음 제기한 소송의 이번 재판은 약 두 달간 진행되며, 메타가 SNS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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