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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같은 1세대 플랫폼인 ‘트렌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트렌비는 ‘중고 명품’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트렌비 2024년 매출은 207억 원으로 전년(401억 원)과 비교할 때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트렌비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자 ‘보복 소비’의 일환으로 명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트렌비의 매출은 2020년 171억 원을 기록한 후 2021년 963억 원·2022년 882억 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서 트렌비의 2023년 매출이 401억 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트렌비의 작년 영업손실은 29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부터 24년까지 영업손실은 701억 원에 달한다.
트렌비는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여갔다. 수백억 원의 광고선전비로 사용하며 출혈 경쟁을 이어 왔다. 매출총이익보다 판관비가 커지면서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트렌비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군살 빼기에 나섰지만 이번엔 명품 수요 위축이 발목을 잡았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직전월(95.2) 대비 1.8p 감소했다. 작년 12월 비상계엄으로 12.5p 떨어졌다가 1월(+3.0p)과 2월(+4.0p) 오름세를 보였으나 끝내 흐름을 이어 가지 못한 것이다.
쌓여 가는 적자로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작년 기준 트렌비의 부채비율은 439.9%다. 1년 전보다 326.1%p 증가했다. 가진 자본보다 갚아야 할 빚이 4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 결손금이 654억 원에서 705억 원으로 50억 원 이상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을 끌어올렸다.
그러는 동안 유동비율은 낮아졌다. 같은 기간 트렌비의 유동비율은 123.1%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75.2%p 축소됐다. 미정산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발란의 유동비율(40.7%)보다는 높다. 다만 선두주자인 머스트잇의 유동비율(269.5%)에 비하면 낮다. 유동비율은 단기에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200% 이상일 경우 재무안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명품시장에 대한 불황이 짙어지면서 현재로선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시장의 우려를 가장 빠르게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불투명한 업황 탓에 명품 플랫폼에 지갑을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트렌비는 작년 6월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했지만 투자액이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 발란의 기업회생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 시장은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게 업계 반응이다.
트렌비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중고 명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들어 중고 거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MZ세대 사이에서 제품을 소유하기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
사업 강화를 위해 오프라인 중고 매입위탁센터도 확대하고 있다. 트렌비는 크린토피아 일부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빠른 확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전국 GS25·GS더프레시에서는 중고명품 소싱도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재고 관리가 까다롭고 보관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해서 오히려 수익성 악화 우려도 있다”면서 “고물가로 소비자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데다 최근 사태로 명품 플랫폼 업계 전체에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기업들이 분골쇄신의 노력으로 파고를 넘어야 하는 시점인 거 같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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