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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문화 문법을 한국에 도입한 때가 10년이 넘었다. 아직도 학계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제자들이 박사학위 논문으로 쓰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문화 문법이란 한국어 교육에 문화를 도입해서 문법과 함께 가르치는 방법이다. 특히 한국어에는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관용구’들이 많다. 오늘은 그중에서 ‘침’ 이야기를 해 보자.
아내와 산책을 하던 중 아내가 백화점에서 예쁜 옷을 봤다며 “내가 침 발라 놓고 왔어”라고 말했다. 물론 진짜로 침을 바른 것이 아니라 다음에 와서 살 것을 속으로 정했다는 뜻이었다. “알았어. 다음에 꼭 사 줄게” 하고 오랜만에 손 잡고 걷는 인천대공원은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었다. 외국인들은 ‘침 발랐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이해하지 못한다. 한참을 설명해야 반쯤 알아들을 것이다. “이놈, 자꾸 떠들면 할아버지가 침 놓을 거야”라고 하면 아이들은 겁에 질려 파르르 떤다. 맞아 보지도 않았지만 ‘침’이 갖고 있는 효과가 있다. ‘따끔하게 한마디 하는 것’도 ‘침 놓는다’고 하고, ‘가지고 싶어서 자신의 소유로 정해 두는 것’도 ‘침 발라 놓는다’고 한다. 그런데 ‘침 먹은 지네’는 무슨 말일까.
아! 어렵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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