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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대구광역시 서구 내당동에는 반고개라는 지명이 있다. 이곳에는 반고개 무침회 골목이 있는데 대구 10미(味) 중 하나로 시티투어 코스에도 편입돼 있다. 그중 ‘푸른회식당’은 이 골목에서 가장 유명해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명희(71) 창업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원래 밥집을 하고 있었는데 장사가 잘 안됐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무침회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장사가 잘되는 거에요. 요리 방법이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잘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 시작했어요”
“지금이야 포항까지 고속도로가 연결돼 있으니까 대구에도 횟집이 많지만 제가 무침회 식당에서 일하던 80년대까지만 해도 교통이 불편해서 운반해 오는 길에 생선들이 죽거나 살아 있어도 싱싱하지 않으니까 횟집이 많이 없었어요. 대신 냉동 오징어를 가지고 와서 삶은 후에 썰어서 무·미나리·양배추 넣고 얼큰하게 무친 게 무침회의 유래예요.”
이 무침회 골목은 대구의 대표 시장인 서문시장과 지척에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서문시장에 물건을 팔러 오는 상인들이나 대구 섬유 산업이 부흥하던 시절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무침회 골목에 모여 회식을 주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부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10평 남짓한 작은 가게였어요 가게 이름을 ‘푸른회식당’으로 정했는데 부르기가 쉬워야 손님들의 기억에도 잘 남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어요. 가격을 큰 접시에 2500원으로 책정하고 팔았는데 3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었어요. 그렇게 하루 매출액이 7~8만 원 정도였는데 가격이 싸고 양이 많다는 소문이 대구 전역에 퍼지면서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였어요.”
“이렇게 입소문이 나니까 예식장에서도 주문이 들어왔어요. 그 당시에는 개인 승용차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무침회를 집에서 만든 다음 보자기에 싸서 머리에 이고 예식장에 갔어요. 예식장 같은 경우에는 사람이 많이 오잖아요. 이 무침회를 먹고 나서 맛있다고 사람들 사이에서 또 입소문이 퍼져서 대구 인근 경북이나 합천에 있는 행사장이나 예식장까지도 갔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에야 무 채를 썰 때도 기계로 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런 게 어딨겠어요, 가족이 총동원돼서 무 썰고 양념 만들고 등등 어떤 때는 정말 3일 동안 잠을 거의 못 잘 정도였어요. 그렇게 일만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그렇게 15년 동안 장사를 한 후 현재 위치로 가게를 옮겼어요. 그리고 여러 필지를 매입한 후 지금 크기와 면적의 가게로 넓힌 거죠. 요즘은 전국에 소문이 나고 대구 시티투어 코스에도 포함돼 있으니까 예전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현재는 멀리서도 우리 가게를 찾아와요.”
이렇게 무침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김 창업주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무침회를 직접 보고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푸른회식당’의 무침회는 해산물인 오징어와 소라, 미나리·무 등 야채를 어우러지게 한 다음 양념장을 넣어 버무린 것이다. 여기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음식이 함께 나왔는데 바로 납작만두였다. 그런데 납작만두에 무침회를 싸서 먹어 보니 매콤하고 새콤한 무침회의 맛과 고소한 납작만두의 맛이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 창업자는 무엇보다 무침회 큰 접시 하나에 1만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들도 부담없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한 접시를 먹어 보니 정말 든든하게 배가 찰 정도였다. 창업 때부터 저렴한 가격을 고집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다고 했다.
김 창업자는 백년가게 신청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백년가게 신청 제안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그게 뭔지도 몰랐어요. 자세히 알아보니 선정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더라고요. 그래도 백년가게가 되면 시청이나 구청 관광과에서 우선 추천해 준다 하고, 무엇보다 무침회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백년가게를 신청했는데 선정이 됐죠”
‘푸른회식당’은 현재 김 창업자가 주방 총괄을 맡고 있고 그의 아들 황기모(44) 대표가 실질적으로 경영을 이어 가고 있다. 황 대표는 ‘푸른회식당’의 무침회를 해외에 수출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사실 원래 타 지역까지 배송할 계획은 없었어요. 저희는 인근 지역에만 배달하고 가게에서 드시는 손님들이 많았거든요. 이는 음식은 신선함이 우선이기 때문에 저희가 고집해 온 거예요. 그래도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이 무침회가 대구의 명물인데 홈쇼핑에서 한번 팔아 보라고 권하셔서 홈쇼핑에서 무침회를 우선 1000개 정도만 팔아 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순식간에 매진되는 바람에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를 계기로 냉장·냉동 창고를 추가로 짓고 원거리 배송을 하기로 결정했죠. 가게에서 무침회를 맛본 후 나중에 생각나면 택배로 시키는 분들이 많아요. 주문이 폭주하니 저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무침회를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팔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불닭볶음면이 대세잖아요 그만큼 매운 것을 찾는 외국인도 많은데 저희 무침회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김 창업자는 ‘푸른회식당’은 창업 이례 매출이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보통 타 식당들은 창업 이례 가장 힘든 시기를 꼽으라고 하면 주로 ‘코로나19’사태를 꼽는다. 하지만 ‘푸른회식당’은 이 시기에도 매출이 오른 것이다.
“우리 식당은 1987년부터 한 번도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어요. ‘코로나19’ 때에도 매출이 늘어난 건 저희 식당의 포장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고 원거리 배송 서비스도 제공하니까 고객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의 하나로 추가됐죠.”
김 창업자는 위생에도 철저히 신경쓰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방역업체에서 주방을 점검하며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HACCP) 인증도 받았다.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은 위생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김 창업주는 말했다.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위생이 좋지 않으면 그 음식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 이렇게 관리하는 것이 귀찮을 수 있지만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을 내드리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봐요. 앞으로도 이렇게 신경 쓸 생각입니다”
‘푸른회식당’은 2022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김 창업자는 자신의 가게에 대통령이 방문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날 서울에서 단체로 손님이 올 건데 총 250명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큰 규모의 손님이 온다고 하길래 다른 손님들은 받지 않고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준비했어요. 도대체 어떤 단체인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할 때 우리 가게에서 식사를 해 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오게 된 거죠.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네요.”
김 창업자와 황 대표는 이제껏 ‘푸른회식당’을 운영해 온 것처럼 항상 맛있고 신선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무침회’를 글로벌 푸드화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몇 년 내로 ‘무침회’가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상품이 될지 기대되고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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