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미셸 오바마 나서면 트럼프 압도”… 바이든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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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하원의원 “후보 사퇴” 공개 압박… 현역들 동향 주목
백악관은 버티기 모드… 대통령 내외 완주 의지 강력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3 17:18:33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면책특권 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TV토론 참패로 당 안팍에서 높아지는 사퇴 압박 속에 완주 의지를 불태우며 각종 공식 일정에 매진 중이다. 연합

미국 대선 첫 TV토론에서 고령리스크를 여실히 노출시킨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갈수록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사태를 수습하고자 토론참패 원인을 빡빡한 해외순방 일정의 피로 탓으로 돌렸지만 “토론하다 졸 뻔했다”는 본인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 현역 민주당 의원에 의한 공개 압박 등 표면화된 사퇴론 속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판 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여론 조사도 나왔다.

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유권자 1274명을 대상으로 TV토론 이후 동향을 살핀 결과 바이든의 열세가 뚜렸했다. 양자 대결에서 바이든 43%, 트럼프 49%로 6%P 차이를 보였으나 해리스 부통령이 나설 경우 격차는 2%p로 줄어든다(해리스45% 트럼프47%).

민주당 지지층 56%가 후보교체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대안 후보들과의 가상대결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개빈 뉴섬(캘리포니아 주지사)과 트럼프 대결 시 43% 대 48%, 피트 부티지지(교통부 장관)과 트럼프 대결 시엔 43% 대 47%로 나왔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에 뒤기긴 하지만 바이든에 비해 그나마 지지율 격차를 줄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게 미셸 오바마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등록유권자 10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일각에서 꾸준히 민주당의 대안 후보로 제기된 미셸과 트럼프가 맞붙을 경우, 미셸이 50% 지지율로 트럼프(39%)를 압도한다. 미셸은 재선 임기를 마친 남편과 나란히 백악관을 떠난 이후에도 집필‧강연 등을 통해 소통하며 꾸준히 대중적 인기를 누려 왔다.

현실 정치에 나설 생각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미셸이지만 향후 행보를 단언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절박한 상황에 처해 ‘트럼프만은 막아야 한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다른 결정을 할지 모른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물리치기 위해 정적들끼리 연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프랑스에선 조기총선 결선투표(7일)를 앞두고 압승이 예상되는 국민연합(RN)을 저지하고자 집권당과 좌파연합 등이 서로 표몰아주기 양보를 외치는 형국이다.

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15선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이 민주당 의원으로선 처음 자기 이름을 걸고 바이든의 재선도전 포기를 종용했다. 파급효과는 동조하며 나설 현역 의원들 숫자에 달렸다. 도겟 의원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 TV토론 모습이 유권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자신의 여러 업적에 대한 효과적인 설명, 트럼프 거짓말들 들춰내기에 다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기부자, 바이든의 오랜 측근 등 20여 명에 물은 결과 다수가 바이든이 재선도전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을 굳혔다고 2일 보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언론인 칼 번스타인이 1일 CNN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TV토론 때와 유사한 상황을 지난 1년 반 15∼20차례 목격했다”는 익명의 측근 소식통들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버티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고액 후원자들 상대로 화상회의 개최 등 후보교체론 잠재우기에 진력 중이며, 3일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의 온·오프라인 회의석상에서 완주 의지를 어느 정도 어조로 강조할지 또한 주목된다. 바이든 진영에선 내부조사 결과 지지율에 변화 없다며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부인 질 여사가 후보사퇴론을 일축하며 “90분짜리 토론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4년을 규정하도록 두지 않을 것” “계속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녀야말로 바이든 재선도전 포기 결단에 결정적 영향을 줄 인물로 꼽힌다. 완주 의지를 확고히 드러낸 만큼 당분간 대통령의 공식 일정 강행은 이어질 전망이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