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 개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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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1990년대 법과 제도가 그대로
혁신적 아이디어로 급성장한 로톡 등 우려
정부·정치권은 재계 목소리 정책 반영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4 00:02:01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라는 복합위기 상황에서 경제의 활로를 열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의 자율 경영을 이중삼중 옭아매는 규제로 경영에 어려움이 적잖다. 글로벌 시대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유수의 기업들을 유치하려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게 급선무다.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가 성큼 다가왔지만 여전히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낡은 법과 제도, 유독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의미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혁신적 스타트업의 전장(戰場)인 플랫폼 산업 분야가 대표적이다. 2020년 택시업계를 의식한 정치권의 역주행으로 ‘타다’가 좌초된 이후에도 혁신 플랫폼이 기득권 텃세와 여의도발(發) 불량 규제에 발목 잡혀 삐걱대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타다’는 기존 택시에선 경험하기 어려웠던 혁신적 서비스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21대 총선을 한 달 앞둔 2020년 3월 여야는 택시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다 2023년 6월 대법원은 4년 만에 타다 운영은 불법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다. 하지만 ‘타다 베이직’을 비롯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성장 기반은 이미 동력을 잃은 뒤였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급성장한 삼쩜삼(3.3)·로톡·강남언니 등이 ‘제2의 타다’가 되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이 크다. 플랫폼과 직역 단체 간에는 끊이지 않고 분출하는 갈등의 뇌관이 가로놓여 있다. 기득권을 쥔 직역 단체는 규제 강화를, 플랫폼은 완화를 외치고 있는 만큼 정부가 합리적 조정을 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재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것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재계는 스타트업과 직역 단체의 갈등 해결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산업 분야 진입 규제 혁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고 기득권의 부당 규제에 대한 감시 강화가 긴요하다. 신산업의 경우 사전 허용 후 규제하도록 원칙을 세우고 규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오죽하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3월 ‘글로벌기업들의 아·태 본부를 한국으로 유치하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한국 내 규제 혁파를 제1의 과제로 내걸었겠는가.

예컨대 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단체 등이 누차 건의한 대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의 경우 해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의 한국행을 막는 대표적 규제 ‘대못’으로 꼽고 있다. 정작 괴롭힌 가해자는 내버려 두고 CEO를 처벌하는 법에 많은 외국 CEO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중처법에 대해선 국내 기업들의 우려도 여간 큰 게 아니다. 중처법의 핵심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CEO에 대해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에는 기업인을 산업 발전의 동반자가 아니라 ‘범죄 유발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처벌에 집중하다 보니 중처법이 안전관리의 전문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전문적인 기업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만들고, 이들을 통해 투명하게 기업 현장의 안전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실 규제개혁은 시급하다. 한국경제인협의회·중견기업연합회·벤처기업협회가 공동 실시한 ‘기업규제 강화에 대한 기업인 인식조사’ 결과 응답 기업 중 37.3%는 ‘국내 고용 축소’, 27.2%는 ‘국내 투자 축소’를 검토 중이며 21.8%는 ‘국내 사업장의 해외 이전’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장서서 이끌 수 있도록 규제개혁 등 법안 마련에 힘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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