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국가안보는 정쟁 대상 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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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종결만이 세계 경제 안정화의 토대
현 시점에서 최선책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것
美 대선 이후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해야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01 06:30:26

미국은 세계 1위의 핵무기 실전 배치·웬만한 국가의 군사력과 맞먹는 항공모함 전단 보유 그리고 실전 경험이 가장 많은 군대 보유 등 압도적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볼 때 경제 악화 속에 ‘내전’이 거론될 정도로 국론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며, 국방의 토대인 방위산업(방산) 분야도 현장 고급 인력의 부족·원자재 수급 한계와 노조 활동에 의한 생산 차질 등으로 경영난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곧 미국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중간선거일(11.5)이 다가온다. 온 인류가 이번 선거 결과에 초집중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시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세계정세는 180도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 내부적으로는 이교도 이민자·불법 체류자가 늘어나고 각종 포퓰리즘 정책으로 훼손된 건국 정신 등 국가적 위기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백인·중산층·노동자’의 결집이 이루어져 ‘자국 우선주의’를 주창하고 있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실은 이런데도 국내 언론사들은 트럼프의 당선은 대한민국에 ‘악영향’만 있을 것이라는 기사를 계속 내놓고 있으며 대다수 국민조차 그렇게 선동되어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가 대통령 재직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대해 ‘유럽 국가들 스스로의 역할 강화’ 및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한 것에 반감이 많은 유럽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단언하는 트럼프의 주장에 정면 반박하듯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놓고 우리나라의 ‘전쟁 지원 확대’를 유도하며 ‘남북한 대리전’이라는 용어를 흘리면서 국제 여론까지 배후 조종하고 있다.

문제는 100% 우리 국익을 기준으로 신중히 판단해야 할 사안이 유럽인들의 ‘현실 회피 전략’, 더불어민주당의 ‘지원 반대 입장’과 뒤섞이면서 상황의 본질을 크게 벗어나 ‘전쟁 지원은 우파’ ‘반대는 좌파’라는 진영 논리로 변질된 형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될 북한군 처리의 ‘1차 주체’는 우크라이나이며 ‘2차 주체’는 유럽 지역 안보를 책임지는 나토, 즉 유럽인들이다. 따라서 종전과 직결될 수 있는 미 중간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 판단이다. 이것은 진영 논리의 대상이 아니다.

또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경제 및 국방 분야가 우려된다는 대다수의 주장조차 실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각국의 모든 대통령은 당연히 ‘자국 중심적’이다. 만일 우리 대통령이 우리나라보다 다른 나라를 더 챙긴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러니 당초 ‘자국 중심’이란 것은 비논리적 표현이다. 사실 대놓고 자국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편이 더 솔직한 것이며 상대하기 더 편할 수 있다. 국가 간 이해타산이 걸린 문제에 대해 협상 조건을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제 악화의 원인은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아니라 오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한 ‘곡물·원유·원자재 및 물류비용의 상승’에 기인한다. 결국 두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가장 좋은 옵션이며 그 밖의 세세한 문제들은 전쟁 종결 후에 해결해도 충분하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주변인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말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음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안보적 이익은 현 방위비 액수와 비교나 될까. ‘방위비분담금’ 운운하는 것은 어찌 보면 G20을 넘어 G8을 바라보는 우리가 그에 합당한 책임과 의무는 팽개치겠다는 말에 불과하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공언하던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현재와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리에게 협상의 여지나 남아 있을까.

반대로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어떨까. 3년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전시키지 못했던 미 민주당 정부가 북한 참전으로 확대된 전쟁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처음부터 통제하지도 못한 이스라엘 전쟁은 또 어떻게 할까.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나 유럽의 희망대로 우리가 공격 무기를 지원한다고 극적으로 전황을 바꿀 수나 있을까. 더욱이 남북한 대치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무기를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어느 경우이든 유의미한 결과도 없이 국익에 저해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불과 일주일 심사숙고하는 것이 그리도 어려웠나.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6·25전쟁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때는 국제연합(유엔·UN) 결의로 16개국이 참전한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만일 유엔에서 결의해서 유엔군을 파병한다면 우리도 그때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된다.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종결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최선책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차기 미 행정부와의 유대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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