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신약 개발 막는 약가정책 바꿔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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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18 00:02:30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존재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전문 인력 양성, 기술력 강화 등 민간의 자발적 노력에 힘입어 신약 개발과 해외 진출 성과가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는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을 뒷받침할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합리적인 약가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제약업계는 오래전부터 일관성 있는 정책 방향성과 예측할 수 있는 제도 운용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약가정책은 산업 생태계의 특수성과 글로벌 경쟁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약가 사후관리 강화와 가격 인하 중심의 접근에만 머물러 있다.

특히 복제약 중심의 시장 구조를 감안하지 않은 해외 약가 비교 방식은 국내 산업의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유승래 동덕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반복적인 약가 인하 정책이 신약 개발 유인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급여적정성 재평가, 사용량·약가 연동제 등의 사후관리 기제가 신약의 가격 형성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신약이 낮은 기등재 약제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투자와 리스크를 감수할 경제적 동인이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의약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공공재이지만 동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민간 기업의 연구개발 산물이기도 하다. 임상시험부터 허가까지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실패 확률도 높아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즉 ‘약가 인하’라는 단기적 처방은 산업 성장은 물론이고 재정 안정이라는 본래 목표 달성에 부합하지 않기에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제 단순한 ‘국내 공급 산업’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편적인 약가 절감이 아닌 신약 개발 유인을 높이고 기술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약가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제약기업의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 인센티브와 함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규제는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 지금은 산업의 ‘성장 엔진’을 살릴 수 있는 약가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가 열린다.

보건재정은 분명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제약산업은 단순히 예산을 쓰는 비용 항목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공공 가치의 생산자이기도 하다. 단기 절감 효과에만 치우치지 않고 건강보험과 제약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정책적 균형점이 마련되어야 한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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