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연재소설 ‘위선의 시대’ [78] 내 꿈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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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4-04 06:30:25

“사르트르가 한참 소련을 빨다가, 문화대혁명을 높이 평가하면서 모택동 빨았잖아. 캄보디아에서 200만 명 죽인 놈들의 학문적 아버지가 사르트르라잖아.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해? 사르트르가 계약 결혼한 걸 참신하다, 자유로운 영혼이다, 하는데 보봐르 거기 냄새 맡는 거 좋아하는 변태 새끼일 뿐이라고. 프랑스로 가겠다는 놈들 진짜 이유가 뭔 줄 알아? 프랑스가 성적으로 리버럴한 나라라서 그래. 융성한 문화? 예술의 나라? 미식가들 천국? 프랑스는 프리섹스가 발달한 나라야. 프랑스 미식이 왜 발달했는데. 식욕과 성욕은 같아. 그걸 즐기고 싶은 것뿐이고. 예술 어쩌고 하면서 외설 즐기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얼마나 좋아, 별짓 다 해도 예술이라 괜찮잖아. 언더스탠?”

권지호 입에서 나온 얘기는 낯설었다.

“문화대혁명, 그럴듯하게 들리지? 그냥 집단 광기야. 모택동식 분서갱유란 말이지. 왜? 라고 반항하지 못하게 지식인들 씨를 말린 사건이라고. 반봉건제 표방하면서 오히려 모택동을 봉건적으로 신격화하기 위한 구조 만든 거 아냐, 모택동하고 홍위병 빼고는 다 제거했잖아. 찬란한 문화유산까지 전부 작살내고 조지고 말이지. 하, 모택동 이 새끼는 반제국주의 외치면서 중소 분쟁이 일자 재빨리 미국에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했잖아. 카를 마르크스도 그렇고 모택동도 그렇고 노동자·인민의 삶엔 개뿔 관심 없고 오직 계집질에만 몰두했던 것들인데 그 잡놈들 이념 공부하겠다고 빠는 인간들 보면 답이 없지. 모택동이가 따먹은 여자만 몇 명인 줄 아냐? 그것도 숫처녀들만 골라서. 이 새끼 성병 달고 살았어. 얼마나 더러운 놈이냐면 여자랑 관계하고 한 번도 씻지 않았다지. 어차피 숫처녀 거기에다 씻으면 된다나 뭐라나. 그래도 모랑 자고 싶어서 안달 난 여자들이 줄을 섰단다. 모에게 몸을 바치는 걸 가문의 영광으로 알았다니 이 정도면 광신도 집단이지 뭐겠어. 속이는 놈이나 속는 놈이나. 그나저나, 금화 어릴 때 꿈이 뭐였어?” 권지호가 팔베개한 희숙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꿈을 잊고 산 지 오래돼서, 제 꿈이 뭐였는지 생각이 안 나네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잠깐은. 엄마가 무척 아팠거든요. 엄마 병은 제가 의사가 되어도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닐지 몰라요. 근데 막연히 의사가 되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땐 제가 공부를 잘했어요. 그다음엔 번역가가 되려고 했어요. 19세기 영미소설이나 시에 관심이 많았죠. 특히 에드거 앨런 포 추리소설에 완전히 빠졌었어요. 밥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과 ‘검은 고양이’를 읽었죠. 저는 셜록 홈즈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가 구성력이나 논리 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권지호는 동작을 멈추고 반쯤 일어나서 희숙을 쳐다봤다. “너, 영문과 출신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