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따라가는 2000㎞ 여정… 20년 한·일 우정걷기 올해로 막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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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9일 서울 출발해 30일 도쿄에서 마무리
양국 간 우정 다지며 2005년부터 격년제로 시행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10 11:35:16

▲ 3월9일 서울을 출발한 ‘한일 시민 우정걷기’ 참여자가 행사 한 달째를 맞아 7일 일본 오사카에 당도했다. 연합뉴스

3월9일 서울을 출발한 ‘한일 시민 우정걷기’ 참여자가 행사 한 달째를 맞아 일본 오사카에 당도했다.

사단법인 한국체육진흥회와 일본걷기협회가 주최한 ‘21세기 조선통신사 한일 우정걷기’는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이던 2005년 처음 시작됐다. 통신사 옛길을 따라 서울에서 도쿄까지 1557.5㎞를 걷는 여정으로 양국 간 우정과 평화를 위해 격년제로 시행되고 있다.

10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 참여한 시민은 전 구간 참가자 28명, 일부 구간 참가자가 200여 명이다. 참가자들은 7일 오전 8시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에서 출발해 해 질 무렵 교토에 도착했다. 참가자 중 10여 명은 지난달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한 달째 길 위에 있다. 60∼80대 참가자가 대부분이다.

이 행사는 과거 조선이 일본에 파견했던 외교사절단인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따라 걸으며 ‘성실과 믿음으로 서로 교류한다’는 ‘성신교린(誠信交隣)’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게 목적이다. 특히 올해 행사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의미가 크다.

과거 조선통신사는 일본의 에도 막부 시절 ‘평화 사절단’ 역할을 하는 상징적 존재였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파견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 두 나라 사이에 국교가 맺어지면서 조선에서 일본으로 끌려간 포로들을 소환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의 쇼군이 조선에 국서를 보내오자 조선의 선조는 1607년 1월12일 첫 번째 회답 겸 쇄환사를 파견하면서 전쟁 포로를 데리고 오도록 한다.

두 번째 회답 겸 쇄환사가 떠난 것은 광해군 통치 시기인 1617년 5월28일이었다. 병조참지 오윤겸 등은 왕을 알현해 술과 마장을 하사받고 길을 떠나 저물녘 한강을 건너게 된다. 첫날 이들이 묵은 곳이 양재역(良才驛)이었다.

이번 참가자들도 선조들을 따라 첫날 경복궁에서 양재역까지 걸었다. 둘째 날에는 용인까지, 다섯째 날에는 충주에 도착했으며 일곱째 날에는 수안보에 이르렀다. 여덟째 날에는 수안보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새재를 넘어 문경까지 갔다.

일행은 출발 시점부터 20일이 지난 3월29일 부산 동래에 도착해 하루 쉬었다. 배를 타고 부산에서 대마도로 떠난 게 이달 1일이다.

▲ 일본 에도시대 중기 조선통신사 행렬 모습. 일본 고베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인 내조도’ 모사본이다. 연합뉴스

교토에서 하루를 머문 참가자들은 9일 오전 동쪽 구사쓰시를 향해 떠났다. 한·일 양국 참가자들은 함께 걸으며 과거 조선통신사가 어떤 식으로 이 길을 이동했을지 의견을 나누거나 교토의 사찰·벚꽃에 대한 감상을 공유했다.

행진은 53일째인 오는 30일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막을 내린다. 총 이동 거리는 바닷길을 포함해 약 2000㎞. 걷는 구간만 약 1158㎞다.

이 대장정은 아쉽게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일본 주최 측 관계자들이 고령임을 감안할 때 향후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행사 단장을 맡은 허남정(73) 전 한일경제협회 전무이사는 “힘들게 닦아 온 길인 만큼 구간과 일정을 단축해 이어가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코스가 구성돼 젊은 층도 많이 참여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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