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대 중국인 고교생들이 한국 공군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하다 적발됐으나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을 입증하더라도 ‘입법 공백’으로 간첩죄 기소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입법 공백의 핵심은 ‘형법 제98조 간첩죄가 적국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 등 수사당국은 10대 후반의 중국인 2명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하고 있다. 간첩죄 기소가 어려운 이유는 현행 법률의 한계 때문이다. 형법 제98조 1항에 따르면 간첩죄는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에게 적용된다.
여기에서 ‘적국’은 북한으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 등 다른 국가와 관련된 간첩 활동은 현행 법률상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을 입증하더라도 간첩죄로 기소하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를 진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군사기지나 군사시설을 무단으로 촬영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고 있다.
다만 간첩죄는 북한과 관련된 활동에만 적용되며, 처벌이 매우 엄격하지만, 군사기지법 위반은 군사 시설의 무단 촬영에 대한 처벌로, 법정형이 낮아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 해결 방법은 간첩법 개정이라는 것이다.
유 원장은 “ 입국한 지 3일 만에 한·미 군사시설인 오산·청주 공군기지·평택 미군기지 및 국가중요시설 최고 등급인 인천·제주·김포 국제공항 등을 누비며 찍은 사진만 수천 장”이라며 “이들은 지난해에도 2∼3차례 입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정보요원인지 정말 학생인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첩죄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한 유 원장은 “북한에 의한 간첩 활동으로부터 안보와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간첩 법제 개정이 필요하다”며 “현행 간첩죄는 1953년 형법 제정 때 조항으로 간첩 활동의 수단과 방법이 고도화 하고 있음에도 72년 전 법에 멈춰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석기시대의 방패’를 가지고 ‘21세기 첨단무기’를 상대하라는 것”이라며 “현행 간첩 법제는 간첩 활동을 차단하는 게 아니라 되레 보장해 준다”며 “간첩죄 관련 개정법안이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하고도 ‘권한 남용과 인권탄압’이라는 해묵은 논리를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한편, 수사당국은 이번 적발 당시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카메라와 전화기에서 한미 군사시설은 물론 주요 국제공항을 촬영한 사진을 다량 발견했는데, 과거에도 이 같은 일을 저지른 적이 있는지 그간의 전체 행적을 수사하고 있다. 붙잡힌 10대 후반 중국인 A씨와 B씨 중 A씨의 아버지는 중국 공안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이들이 방문한 곳은 수원 공군기지·평택 오산 공군기지(K-55)·평택 미군기자(K-6)·청주 공군기지 등 한미 군사시설 4곳과 인천·김포·제주공항 등 주요 국제공항 3곳으로 확인됐다. 촬영한 사진은 이·착륙 중인 전투기와 관제 시설 등으로, 분량이 수천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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