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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다. 한·일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가운데 경북 포항 구룡포과메기문화관에서 5월17일부터 6월22일까지 특별전 ‘근대조선을 그린 일본화가들’이 열린다.
일간경북신문이 주최하고 포항시·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한국미술협회포항지부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조선의 미술 발전에 영향을 끼쳤던 일본인 화가의 그림을 한데 모으는 뜻깊은 자리다.
1909년경부터 많은 일본인이 조선을 방문해 1910년에는 일본인 이주자가 17만 명, 1940년에는 70만 명에 이르렀다. 더불어 많은 일본근대미술가의 이주가 있었고 관광 등 기타의 목적으로 조선을 방문하는 근대미술가의 수도 증가하게 되었다.
일제시대라는 특성상 많은 조선인(이인성·이중섭·김환기·오지호 등)이 일본에 유학하여 미술교육을 받았음에도 한국 근대미술사에는 큰 공백이 있었다. 이 공백을 메워 준 이가 일본의 젊은 화가들이다.
당시 조선으로 넘어와 각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던 일본인 교사들은 대부분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젊은 화가들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한국에 많은 작품을 남겼으나 일본인 작품이라는 이유로 소홀히 취급되어 현재까지 전하는 것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곧이어 벌어진 6·25전쟁은 그나마 남아있던 작품마저 파손시켜 일본 근대미술가의 작품은 더욱 희귀 미술품이 되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작가의 작품(일본화·유화·공예 등) 198점을 소장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근대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없다시피 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의 경우 대한제국 시절 영친왕이 일본 정부의 추천(동경미술대학장 및 제국대학교 학장 등)으로 구입했던 것으로 이들 작품 중 근대조선을 그린 것은 단 4점뿐이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선에 거주했던 일본 근대미술가 대다수가 현 일본 미술계에서 사라져 조선 근대기를 그린 작품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다만 10년 전인 2015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북해도립근대미술관·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등 6개 미술관에서 ‘재조선 일본인 근대미술가’의 존재에 주목해 3년간의 조사 연구 후 ‘한일근대 미술가들의 눈- 조선에서 그리다’ 순회 전시를 그해 4월4일부터 이듬해인 2016년 2월2일까지 개최했다.
2015년 4월 일본 6곳 미술관에 순회 전시가 열림에 따라 조선에서 활동했던 재조선 일본 근대미술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전시가 일본에 한정되어 아쉬움이 많았다.
당시 도록에 실린 280여 점(회화·목판·인쇄·엽서 및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도판 포함) 중 조선의 풍경·인물을 묘사한 작품은 100여 점이었다.
이번에 열리는 ‘근대조선을 그린 일본화가들’ 특별전은 근대미술품 수집가 구철회 씨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한다.
고이 아껴오던 소장품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구철회 씨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근대문화유산 건축물은 등록문화재로 이름을 올려 관광객이 즐겨 방문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런데 내부 전시품 중 근대미술품은 일체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민속골동품만 전시되어 있어 아쉬움이 컸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 컬렉션 기증으로 인해 근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에 대한 열망이 크지만 현재 남아있는 한국 1세대 화가들의 작품은 대부분이 근대미술로 분류될 수 없는, 1970년대 이후 제작된 현대작품만 남아 있는 실정이기에 한국 화가의 근대미술품은 전무하며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일본 근대미술가의 작품 역시 사라져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근대미술품을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부족한 현실에서 일본 근대미술가들이 남긴 근대조선의 풍경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며 이번 특별전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일본 근대미술가의 작품 50여 점 중 1점은 일본 유형문화재 급이며 몇몇 작품은 잡지에 소개된 일본 근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으로 조선의 인물·풍경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 특별 출품하는 한국인 화가 홍우백(洪祐伯)은 동경미술학교 후지시마 다케지(藤島武二)의 제자로 경성제2보통학교 미술교사로 부임한 야마다 신이치(山田新一)에게 미술교육을 받고 조선미술전람회에 16회 입·특선, 서화협회 등 8회 입선 등 총 24회 입선 기록을 보유한 전설의 화가다. 이 같은 기록은 한국에서 그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후지시마 다케지의 ‘조선부인-엄선월’ △야마다 신이치(山田新一)의 ‘소록도 풍경’ △홍우백의 ‘정물화’ 등 한국과 일본을 대표했던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미술에 큰 영향을 준 스승과 제자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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