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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서 나름 중요한 첫걸음이다.
지금까지 공영방송 사장은 정치권이 암묵적으로 임명해 왔지만 앞으로 100인 이상의 국민추천위원회가 제안하는 후보 중에서 임명하게 되고, 여야 정치권이 100% 추천하던 KBS의 이사 비율은 40%로 낮아진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 방송의 독립성과 시청자 주권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이처럼 일면 긍정적으로 보면 정치권이 좌우하던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독립성·공정성을 강화하는 내용일 수 있다.
하지만 경계할 점도 적지 않다. 사장과 이사 추천에 친(親)정권 시민단체나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언론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의 입김이 세지면 그 또한 방송 장악의 우(愚)로 연결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당시 방송3법을 ‘여당 방송법’ ‘시민단체 일자리법’이라고 내세운 근거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을 잡을 때마다 친(親)정권 낙하산 인사로 방송을 장악하려 들고, 편파 보도도 비일비재했던 게 정치권의 방송 정책이었다. 결국 이 3법이 방송 장악법인지, 정상화법인지는 앞으로 운용되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이사 구성 등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합리적 인사들로 구성되는지 지켜보면 될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민주당과 연대하는 민노총·언론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이번에 확실히 깔아 주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가볍게 볼 수 없는 대목도 있다. 개정안 부칙에는 전 정부에서 민영화된 YTN과 연합뉴스가 대주주인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의 대표자와 보도책임자를 3개월 안에 새로 임명하라는 주문도 담겨 있다. KBS·연합뉴스TV·YTN 3사의 수장이 11월까지 모두 물갈이되는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공영방송 사장의 3년 임기를 규정한 법·정관과 기존 사장의 임기를 조기 종료시키는 부칙이 상충되는 측면이 있기에 국민의힘에서 방송법 부칙 효력정지 가처분 혹은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어 방송3법이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법안’이라는 민주당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상 각 방송을 친민주당 세력으로 장악하려는 꼼수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제는 방송법이 통과된 만큼 민주당 주도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눈여겨보는 일만 남았다. 현장 언론인들은 힘들겠지만, 언론계 전체로는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다. 민주당이 지난번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를 멈추자마자 언론사업자 단체들은 자율규제 강화 방안을 실행 직전에 내팽개쳤다.
심지어 계엄 국면은 물론 지금도 정치적 대결 구도에 올라타 유튜버들과 조회 수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전통 언론을 극단적 유튜버와 같이 취급해도 되느냐는 말을 하기 어려운 장면이 적지 않다. 사실 법이나 제도는 일단 만들어지면 손에 쥔 사람 마음대로 쓰는 칼이 된다. 그렇다면 그 칼자루를 반대쪽이 잡아도 안심할 만한지는 따져 보고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방송은 특정 정치세력의 장악 대상이 아님에도 정치 쟁점이 된다는 것은 방송의 가치나 철학이 아니라 오로지 각 진영의 유·불리를 기준으로 법 제정이 진행된다는 의미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방송 독립성 확보 방안의 출발점은 간단하다. 누구도 공영방송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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