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야외로 달아나는 계절이다. 연두와 초록빛으로 물든 산에 오르면 눈이 시원해진다. 그러나 등산객이 붐비는 이 시기에는 허리나 무릎 병 환자도 늘어난다. 그 좋다는 등산이 몸에 독이 되는 이유를 자세 문제 전문가들은 워킹법 문제로 꼽는다. 그러나 아무리 스킬 좋은 워킹법도 몸이 따라주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 오르막내리막 길 워킹이 제대로 되려면 굳은 고관절부터 부드럽게 해 주어야 한다.
등산과 같은 경사로 걷기는 평지 걷기와 많이 다르다. 몸 입장에서 경사로 걷기는 평지에 비해 걷는 시간 대비 칼로리 소모가 많고 심박수도 더 높다. 하체 근육 운동 효과도 크다. 게다가 경사로를 걷는 것 자체가 코어 근육 강화법이 된다. 경사로를 오르내릴 때는 평지에서는 별로 쓸 일 없는 ‘속근육’(뼈에 가깝게 붙은 근육·코어 근육)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등산은 허리·복부·엉덩이·허벅지의 속근육들을 자극한다.
그러나 장점이 많은 등산도 무작정 하다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40대 이상의 등산 초보자나 허리와 무릎이 약한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또한 부상이나 암 투병으로 일정 기간 자리보전한 사람이라면 등산을 할 수 있는 몸 만들기를 먼저 해야 한다.
건강한 경사로 워킹법의 원칙은 고관절과 엉덩이를 포함한 골반이 동작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탈 없이 걸을 수 있다. 평지 걷기도 마찬가지이지만 경사로에서는 골반을 더 확실히 써야 한다. 경사로에서는 고관절을 접으며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걷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막상 해 보면 ‘고관절을 접는 자세’가 쉽지 않다.
무릎을 조금 구부리고 가슴은 펴되, 전반적으로 몸을 낮추면서 엉덩이를 뒤로 빼 보라. 아랫배와 허벅지 윗부분이 가깝다면 바르게 한 것이다. 그 자세가 고관절이 접힌 상태(굴곡)다. 그런데 자세를 보여 주어도 따라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엉덩이를 뒤로 빼기는커녕 도리어 배를 내밀곤 한다. 처음엔 곧잘 흉내 냈던 사람도 정작 숲길을 걸을 땐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고관절 부위의 경직, 또 하나는 고관절에 대한 평소의 무관심이다. 고관절을 의식하며 움직이는 시간이 거의 없으니 ‘뇌’가 인지하지 못한다. 뇌가 모르는 움직임이나 자세를 몸이 표현하기란 어렵다.

개구리 자세 스트레칭으로 등산을 즐겁게
경사로 걷기를 하려면 먼저 경직된 고관절 부위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고관절 유연성 운동으로 가장 가성비 높은 건 ‘개구리 자세’다. 개구리의 다리 모양을 본 딴 이 자세는 동(動)적인 스트레칭으로 분류된다. 자세를 취한 후 반복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내전근과 같은 고관절 주변 근육과 엉덩이 근육(대둔근)을 동시에 자극한다.
개구리 자세를 연습하려면 먼저 네발로 기어가는 자세를 취한다. 그런 다음 무릎 사이의 간격을 가능한 만큼 벌려 본다. 이 간격은 고관절 부위의 경직 정도를 나타낸다. 무리하지 말고 통증이 오기 전까지만 벌린다. 개구리 자세에서는 발의 모양과 위치도 중요하다. 양 발끝이 각각 바깥을 향하게 하고 발끝과 무릎이 일직선이 되도록 발을 놓는다. 안쪽 복숭아뼈가 바닥에 닿거나 바닥 쪽을 향한다면 바른 자세다. 양손은 어깨 바로 아래 바닥을 짚는다.
양손으로 바닥을 밀어내며 엉덩이를 천천히 발 쪽으로 내린다. 허리가 굽지 않을 만큼만 밀어내며 내렸다가 원래 위치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엉덩이를 밀어낸 상태에서 10초 정도 자세를 유지한다. 반복하는 동안 엉덩이와 고관절 부위의 자극에 집중하면 운동 효과가 훨씬 높아진다. 이 운동은 ‘뇌’에 고관절과 엉덩이 근육의 움직임을 각인시켜서 올바른 경사로 워킹 자세를 취할 수 있게 해 준다.
고관절이 부드러워지면 무릎 사이를 좀 더 벌릴 수 있게 되고 상체와 바닥이 좀 더 가까워진다. 그러면 구부린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해 본다. 엉덩이를 밀고 당기고 하는 움직임의 폭이 커진다. 이때도 허리가 굽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움직임이 좀 더 유연해지고 무릎에 문제가 없다면 발을 하나씩 교대로 바닥에서 띄웠다 놓았다를 반복하거나 골반을 조금씩 좌우로 움직여 보기를 시도해도 좋다.
마무리로 상체 아래에 큰 쿠션이나 방석을 놓고 엎드려 호흡을 알아차리며 잠시 쉰다. 골반 유연성 운동 왕초보나 바닥에 닿는 무릎 안쪽이 눌려서 아픈 사람은 침대나 폭신한 담요 위에서 시작해도 좋다. 고관절이 유연해지면 적당한 탄력이 있는 매트 위로 옮겨 간다.
개구리 자세는 스쿼트 자세 준비 운동으로도 추천된다. 시간이 없어서 고관절 운동을 단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개구리 자세를 연습하자. 고관절 부위의 유연성이 좋아지니 낙상과 같은 생활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등산 전후가 편한 건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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