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이의 난세치세(亂世治世)] 삼국통일 전쟁 시 나당 연합군의 군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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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17 06:31:20

▲ 박정이 (예)육군대장·밀리테크협회 회장·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신라는 진한(辰韓)의 동료 국가들을 모두 병합한 뒤 소백산맥 동남부의 영남지방을 기반으로 삼국 항쟁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법흥왕은 율령을 반포하고 중요 관부를 설치했으며 진골귀족회의를 제도화하는 등 신라의 전반적인 국가체제를 법제화·조직화했다. 진흥왕 때는 이 기반 위에서 대외 발전을 비약적으로 추진했다.

진흥왕은 함안의 아라가야(阿羅加耶)와 창녕의 비화가야(非火加耶)를 병합한 다음 562년(진흥왕 23년)에는 이사부(異斯夫)에게 고령의 대가야(大伽倻)를 공략하게 해 멸망시킴으로써 기름진 낙동강 유역을 모두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진흥왕의 정복 사업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역시 한강 유역을 점령한 것이었다. 550년에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가 도살성(道薩城·지금의 충청남도 천안 혹은 충청북도 괴산)과 금현성(金峴城·지금의 충청남도 전의 혹은 충청북도 진천)에서 공방전을 벌이는 틈을 타서 두 성을 빼앗았다. 진흥왕은 이듬해에 개국(開國)이라 개원(改元)하고, 직접 정치를 운영하면서 백제 중흥의 영주(英主) 성왕과 공동작전을 펴서 고구려가 점유하고 있던 한강 유역을 탈취다.

신라는 처음 한강 상류지역인 죽령(竹嶺) 이북 고현(高峴·지금의 철령) 이남의 10개 군을 점령했으나, 2년 뒤인 553년에는 백제군이 점령하고 있던 한강 하류지역의 6개 군을 기습 공격해 그들을 몰아냄으로써 한강 유역 전부를 독차지했다. 신라는 560년대에 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때부터 삼국통일을 달성하는 660년대까지 한 세기 동안 실지 회복을 노리는 고구려·백제로부터 끊임없이 공격을 받아 여러 차례 국가적인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진평왕대 후반기부터 강화되기 시작한 두 나라의 침략은 선덕여왕의 즉위 후 더욱 가열해졌다. 642년(선덕여왕 11년)에는 한강 방면의 거점인 당항성(黨項城·지금의 경기도 화성시 남양)이 양국 군대의 공격을 받아 함락 직전까지 갔으며, 낙동강 방면의 거점인 대야성(大耶城·현재의 합천)은 백제군에 함락되어 대야성 군주(軍主)이던 김품석(金品釋)이 전사했다. 이로써 신라의 서부군 사령부는 합천에서 낙동강 동쪽의 경산 지방으로 후퇴하게 되었다.

신라는 이처럼 국가적 위기에 처하자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대당(對唐) 외교를 강화했다. 그러나 당나라 태종이 신라 사신에게 지적한 여왕 통치의 문제점과 그 대안으로 제시한 당나라의 황족에 의한 신라의 감국안(監國案)이 도리어 신라 정계를 분열시키는 발단이 되었다. 이에 여왕 측근 세력과 진골귀족 세력 간에 암투가 벌어지던 중 647년 정월에는 상대등 비담(毗曇) 일파의 반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반란은 김춘추(金春秋)와 김유신(金庾信)의 연합 세력에 의해 진압되었다. 내란 중에 선덕여왕이 죽자 그들은 진덕여왕을 옹립하고 정치·군사상의 실권을 장악했다.

그로부터 7년 뒤에 진덕여왕이 죽자 김유신의 군사력을 배경으로 김춘추가 즉위하여 태종 무열왕이 되었으며 신라의 역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무열왕의 즉위를 기해 백제와 고구려의 신라에 대한 공세가 한층 더 강화되었다. 하지만 무열왕은 이 같은 군사적 압박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종래의 수세에서 벗어나 일약 공세로 전환했다. 바야흐로 종전의 국가 보위 전쟁은 삼국통일 전쟁으로 대전환을 맞았다.

대당 친선 외교는 고구려와 백제가 신라를 공격하지 않도록 당이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거중조정(居中調停) 청원의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백제와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한 양국 간의 군사동맹 체결로 발전했다. 마침내 무열왕은 660년 당군과 연합해 백제를 멸망시켰다. 이듬해 무열왕이 죽자 삼국통일의 대업은 그의 아들 문무왕에게 넘겨졌다. 문무왕은 663년 백제 부흥군을 완전히 진압하고 668년에는 당군과 함께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을 함락하여 보장왕의 항복을 받아 냈다.

일반적으로 나·당 연합군의 양국 군이 대등하게 작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나·당 연합군의 백제 전쟁 시 소정방의 직책은 ‘신구·우이·마한·웅진도 등 14도 행군대총관’이고, 무열왕의 직책은 ‘우이도 행군총관’이었다. 무열왕은 소정방의 예하 지휘관으로서 소정방의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했으며, 당군은 백제 고지(故地)와 고구려 땅에 주둔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을 포기하지 않았다. 신라와 당 양국 간의 긴장과 반목은 이윽고 전쟁 상태로 발전했다. 신라는 671년부터 당군을 상대로 사투를 벌인 끝에 676년 최후의 승리를 거뒀다. 당군은 압록강 너머 만주 지방으로 물러갔다. 이로써 신라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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