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가족회사 동원해 집중투표 청구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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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상 집중투표 청구권은 소수 주주 권한… “회장 가족회사가 소수 주주인가” 비판 거세
‘최 회장 가족회사 유미개발’ 이사 후보 추천 없이 집중투표만 제안… 영풍·MBK 강력 반발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25 11:30:14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다음 달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가족이 지배하는 관계사를 통해 이사 선임에 집중투표 방식을 사용할 것을 청구해 소수 주주의 권한인 집중투표제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 지분 1.63%를 소유한 유미개발은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고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임시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주주총회서 이사를 선임 시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미개발은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 규정을 삭제하고 곧바로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유미개발은 최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가족회사다. 유미개발은 부동산 임대업 회사로 소유와 경영을 모두 최씨 일가가 맡고 있다.

현행 상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의결권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집중투표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집중투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권은 지배주주가 아닌 소수 주주의 권한인 셈이다. 그런데도 고려아연 2대 주주인 최 회장 측은 가족이 지배하는 별개 법인을 통해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고려아연을 상대로 집중투표제 권한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는 이사회가 제안할 수 없고 소수 주주가 제안해야 하는 게 맞다”며 “다만 유미개발도 고려아연의 소수 주주로 주주제안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24일 고려아연이 공시한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는 유미개발과 고려아연이 집중투표제 시행을 전제로 안건을 사전에 모의한 정황도 포착됐다.

유미개발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만 주주제안으로 제시하고 별도의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 고려아연 사외이사 후보 7명 전원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했다.

현재 우리나라 상장사 가운데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기업은 극소수로 소수 주주가 집중투표제를 청구한 사례 자체가 거의 없었다. 다만 소수 주주가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할 때는 통상 후보도 함께 제안한다.

올초 KT&G 정기주총에서는 행동주의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집중투표 방식을 청구했고 JB금융지주 주총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집중투표 방식을 청구하면서 각각 사외이사와 비상임이사 등을 추천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이 현 사외이사들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유미개발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찬성해 최 회장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들어왔고 영풍으로부터 70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집중투표제 정관 변경 안건을 이사회가 통과시키면 결국 사외이사들이 법적 부담을 지는만큼 최 회장 측이 유미개발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관철시키려는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인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는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주주제안이 불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MBK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최윤범 회장 일가가 소유한 유미개발이 다음 달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안건으로 제안한 내용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MBK는 집중투표제로 이사 선임을 요청하려면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청구해야 한다고 상법에서 정하고 있지만 유미개발은 이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정하는 기한인 20일까지 고려아연이 유미개발의 주주제안을 숨겼던 것도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MBK는 “주주들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다뤄진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주주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주주권 행사도 제약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MBK는 고려아연 1대 주주인 영풍과 함께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기 위해 내년 1월23일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제도 개편 등의 핵심 안건을 두고 최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인다.

MBK는 “최 회장 측이 표 대결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주주 간 분쟁을 지속시키고 자기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MBK·영풍은 의결권 기준 46.7%의 지분을 소유 중이다. 최 회장 측 지분은 39∼40% 정도다.

한편 23일 열린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권순범 사외이사는 논란 가능성이 있다면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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