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 월 209만62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결정됐다. 올해 9860원에서 170원(1.7%) 올랐다. 윤석열정부는 취임 첫해 5%·2년 차 2.5%·올해 1.7% 최저임금을 올렸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첫해 16.4%·2년 차 10.9%·3년 차 2.87% 올렸다.
미국·일본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2017년 연봉 환산 최저임금은 한국 1622만6760원(시간당 6470원)·일본 172만4840엔(1508만7693원)·미국 1만5080달러(2090만6912원)였다.
2022년 한국 최저임금은 2297만3280원·일본 195만520엔(1706만1783원)·미국 1만5080달러다. 미국은 15년 전부터 한 푼도 올리지 않았다. 환율과 각국의 소득 수준(1인당 GDP)을 감안하면 한국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일본 여행을 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일본의 낮은 물가와 제품의 높은 품질·근로 윤리에 감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의 2025년 최저임금은 연봉 2515만5240원인데, 절대 수준도 높고 사용자 포함 전체 국민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 정부의 극악한 적폐 중 하나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사용자들은 이윤 감소 감내·가격인상·생산성 제고(인력 축소, ·손님과 이윤 적은 시간대 중심의 영업시간 단축·노동강도 강화 등)·폐업이나 해외 이전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별히 한국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닌 가족 고용을 확대하고, 주 15시간 이상 근로를 시키면 줘야 하는 주휴수당이라도 줄여 보려고 주 15시간 미만 고용(근로시간 쪼개기)를 확대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 폭등을 밀어붙인 문 정부하에서 급격히 늘어난 무인 주문기·메뚜기 알바·영업시간 단축(늦은 저녁 영업 포기)·음식 가격 인상 등은 사용자들의 처절한 적응·대응의 몸부림이었다.
최저임금은 산업·기업·사업·인력의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장치다. 임금 하향 압력을 받는 취약 근로자를 보호하는 장치이자 이들을 실업자나 메뚜기 알바로 만드는 장치다. 생산성 낮은 근로자의 임금을 강제로 상향시켜 노동시장의 자연적 유인보상체계를 교란한다. 생산성 높은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몫을 강탈하여 임금 격차를 줄이는 장치라는 얘기다. 시장(=생산성)이 허용하는 월급은 150만 원인데 200만 원을 주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생산성이 300만 원이 되는 근로자의 월급은 250만 원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편하게 일하고도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면 50만 원 정도 더 받자고 빡센 일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5년 열심히 일해서 숙련이 돼도 겨우 250~300만 원을 받는다면 애써 숙련되고자 하지 않기에 숙련 형성에도 치명적이다. 지금 한국의 최저임금은 글로벌경쟁에 노출된, 빡세게 일 시키고 월 250~300만 원을 주는 중소제조업 구인난의 주범이다. 반면에 최저임금보다 2~3배 주는 좋은 회사는 취업난 대상이다. 내국인 노동자에게는 지옥,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천국이다. 한국은 최저임금에서 외국인 차별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종별·지역별 차등도 두지 않으니 인구(손님)가 적은 곳의 가게는 줄줄이 문을 닫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이 뻔히 예상되었기에 문 정부 시절 최저임금의 수준과 구조·산입 범위·업종별 차등화·외국인 예외·중위 임금과의 연동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제·사회적 논쟁이 있었다. 그런데 윤 정부 들어서는 최저임금 관련 논쟁은 거의 없었다. 윤 정부는 무식하게 높이려 하지도, 담대하게 동결 혹은 떨어뜨리려 하지도 않았고, 구조개혁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의 배경과 비전 설명에도 인색했다. 한마디로 관료적·미봉적으로 대응했다.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예컨대 행정안전부는 2024년까지 공무원 5000명을 주로 자연 감원 방식으로 감축한다고 했다.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철저히 정치적으로 소득주도성장론의 기치 아래 삽과 불도저로 적폐(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늘리기 등)를 쌓았다면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행안부 공무원을 시켜서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적폐를 골라내는 격이라고나 할까. 말만으로라도 차별화된 가치와 정체성과 비전을 보여 주지 않으니 윤 정부를 뜨겁게 지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윤 정부와 국힘은 내치(內治)에 관한 한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알기 어렵게 처신했다. 이게 누적되니 사소한 계기(도태우·장예찬 공천 취소)로 정체성을 의심받고, 작은 악재(황상무·이종섭·대파 값 등)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이것이 4.10 총선 참패와 저조한 대통령 지지율과 무관할까. 윤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에는 정치학, 즉 정무적 고려가 없다. 윤 정부와 국힘의 정책 라인을 대폭 갈아야 한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