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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압록강 지역 수해 상황이 심상치 않은 듯하다. 김정은은 수해 지역 어린이와 연로자 등 1만5000여 명을 평양으로 불러들이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는 실제로 8월15일 평양 4.25려관에 수해 지역 주민 1만3000명이 들어가면서 그대로 실현되었다.
북한에선 김정은의 애민주의와 은덕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신의주를 비롯한 대도시에조차 수해민을 돌볼 수 있는 기반 시설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4000명을 헬기로 구출할 정도로 피해가 큰데 사망자를 비롯해 피해자가 한 명도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선전선동에 불과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수해에 대처하는 김정은의 행보를 보며 북한 주민의 모습이 하나둘 떠올랐다. 지난날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바라본 이 지역 주민들은 한여름이면 압록강에서 그나마 힘겨운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해거름 강변에 앉아 어린 여동생의 머리를 곱게 땋아 주던 언니의 손길이 기억난다. 어쩌면 금방 돌아온다며 먼 길 떠난 엄마를 대신해 하루하루 질긴 삶의 질곡을 엮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면 강가에 나간 자매를 위해 따스한 밥 지어 놓고 마음 졸이는 어머니를 위해 발길을 재촉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아이들이 이번 수해에서 무사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다. 아이들을 바라봤던 그날 뉘엿뉘엿 저물던 석양만큼이나 그들의 삶도 눈부시게 아름다워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 어린 자매의 마음에도 아름다운 햇살이 한 줌 비치기를 말이다.
강변에 선 아이들에게 압록강은 그저 한여름의 놀이터였을 뿐이다. 물장구를 치며 강변에서 놀던 아이들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목욕·빨래·사금 금지!’라는 푯말은 또 어떤가. 국경을 지키는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세워 놓은 경고판으로 보였다.
강변에서 목욕도 빨래도 사금 채취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느낌표가 왠지 경고판이라고 하기에는 정겨움마저 안겨 준다. 야트막한 강변 둔덕 위에 세워진 경고판은 낡은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었지만 그마저도 이번 수해에서 과연 무사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제발 살아만 있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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