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칼럼] 미국 대선 상황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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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23 06:31:30

지난 2개월은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가 진행된 시간이었다. 6월27일 통상보다 무려 3개월이나 앞서 민주당·공화당 양당 대선 주자의 토론회가 있었다. 이 토론회를 통해 수천만 명의 미국 유권자는 조 바이든이 정말 치매 걸린 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미국의 주류 언론과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은 정신적·육체적으로 더할 나위없이 건강하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격파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었다.

미국 국민 중 3분의 2 정도가 트럼프가 토론에서 승리했다고 믿고 있는데도 민주당과 바이든은 자신들이 승리할 수 있다며 버텼다.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트럼프는 오직 거짓만 말했다. 그러나 내 남편은 모든 질문에 다 대답했다”며 마치 유치원 어린이를 칭찬하듯 “참 잘했어요”를 연발하는 추태도 보였다. 많은 미국인은 질 바이든 여사의 권력욕에 혀를 찼다.

그러다가 7월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중 총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보기에도 신의 개입이 없었다면 트럼프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 묻은 얼굴에 주목을 불끈 쥐며 “파이트(Fight, Fight, Fight!)”를 외친 트럼프는 그 순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패배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민주당은 바이든을 더 이상 후보로 놓아둘 수 없었다.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은 치매 노인 바이든을 야멸차게 쫒아내고 말았다. 미국 사람들은 이 장면을 부르투스가 시저를 암살하는 장면에 비유했다. 오바마·조지 소로스·낸시 펠로시 등이 바이든을 제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바이든이 물러선 바로 다음 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을 했고 민주당은 즉각 카멀라를 민주당 대선주자로 확정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선출(elected)되지 않고 선정(selected)될 수 있다는 사실에 미국인들은 경악했다. 공화당의 대선주자였던 라마스워미는 트럼프의 상대는 ‘정치 기계(political machine)’이지 한 개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해리스가 대선후보로 급조된 이유 중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이든이 모아 놓은 2억 달러의 선거 비용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해리스뿐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6월12일 폴리티코(Politico)가 발표한 해리스 관련 여론조사는 해리스가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부통령 중 하나였고 호감도 역시 최악의 인물이었음을 보여 준다.

미국 국민 중 34%만이 해리스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능성 없다는 응답은 57%였다. 민주당 당원 중 59%만이 해리스가 트럼프에 승리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31% 였다.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무당파의 25%만이 해리스가 승리할 수 있다고 응답했고, 62%는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공화당원들은 해리스가 트럼프를 꺾을 가능성을 ‘있다’ 13%·‘없다’ 81%로 봤다.

이처럼 해리스는 바이든을 대체하기 직전까지 민주당의 골칫덩어리였다. 대선후보는커녕 바이든의 런닝메이트(Running mate)로 적합한지조차 의문이었다. 미국인의 36%는 민주당 대선후보를 해리스가 아닌 다른 민주당원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39%는 그대로 놔두라고 했다.

민주당원 중 무려 23%가 해리스를 부통령직에서조차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고, 무당파 유권자 34%가 그를 해임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해리스는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와 부통령의 자격조차 없다고 판단되었던 인물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출마 선언과 더불어 해리스의 인기가 트럼프를 압도하는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2024 미국 대선의 3대 이슈는 경제·이민·에너지인데 이들 모두에서 트럼프에게 상대가 되지 않던 해리스가 여론조사에서 이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나라 언론은 좌우 불문 해리스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도하고 있지만 미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미국 최고의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 리포트(Rasmussen Reports)가 16일 이 같은 황당무계함을 참을 수 없었는지 한마디 했다.

“미국의 여론조사 산업은 썩었다. 2024 미국 대선 판세는 거의 변한 바 없다(Polling Industry is Corrupt. The 2024 Race Has Changed VERY LITTLE!).” 여론조사 기관은 돈을 벌기 위한 ‘사업체’이다. 그래서 그들은 해리스를 위해 여론을 조작하는 부패한 조직이라고 비난했다. 남들과 달리 에러를 낼 경우 퇴출될 수밖에 없는 신빙성 있는 조사기관임을 자처하는 라스무센 리포트는 19일(미국시간) 기준 트럼프가 카말라에 10% 앞서 있다는 조사 결과(52:42)를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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