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희의 작가노트] 세상은 40℃를 향해 달려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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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28 06:30:30

태풍 종다리가 막 지나고 난 서울 최고 기온 30℃. 결코 낮은 온도가 아님에도 35℃를 웃돌던 전날과 비교하니 더할 수 없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기온이 30℃만 돼도 기록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며 방송에서 떠들기 일쑤였다. 나 어릴 적에는 어떤 여름도 지금처럼 무덥지 않았다. 에어컨 있는 집이 별로 없었는데 있는 집도 며칠 켜지 않았다 그때는 그런 고가의 장비 없이도 한 열흘만 기다리면 무더위가 지나가곤 했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한국의 평균 기온은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물론 1993년(21.7℃)처럼 예년 평균을 훨씬 밑도는 해도 있었지만 이듬해인 1994년 25.3℃로 4℃ 가까이 만회하면서 기온 그래프는 줄곧 아열대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동남아시아 더운 나라에 막 도착했을 때 느꼈던, 훅 끼쳐 오는 숨막힘을 한국에서도 일상으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한번 찾아온 더위는 좀처럼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100여 년 전과 비교해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이 짧아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인터넷의 발달로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작업하는 실내 은둔자들이 늘면서 더위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외부 작업자들이다. 수많은 공사 현장의 인부들과 노점상인들은 꼼짝없이 극한의 더위를 감내해야 한다. 특히 불 앞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노점상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튀김을 사 먹으러 노점에 들렀다가도 훅 끼쳐 나오는 열기에 절로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

가난한 노인들은 또 어떤가. 한두 평짜리 쪽빵에 사는 노인들은 밖으로 나오지도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다. 에어컨 없는 실내는 통풍조차 되지 않아 외부보다 더 덥다.

“옘병의 옥탑방이 밤에도 지랄같이 덥네. 선풍기를 두 대나 켜놓고 자는데도 환장하게 더워서 런닝셔츠를 물에 담갔다가 대충 짜서 입고 잔다우. 이게 마르는 동안은 견딜 만해서 새우잠이라도 잘 수 있거든.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무겁고 기운이 하나도 없네.”

박완서의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는 가난한 노인들의 겪어야 하는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지금은 이 소설이 발표된 2001년보다 훨씬 덥다. 소설 속 동생은 남쪽 지방의 섬으로 시집가 구원을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의 노인들은 이 무더위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걸까. 세상은 40℃를 향해 달려가는데 그들을 위한 대책은 있는 걸까.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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