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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이루는 압록강에는 북한 주민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압록강변 바로 옆에 형형색색 페인트칠을 한 아파트 전경이 흥미로워 연신 셔터를 눌렀다. 나중에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건물 안에 사람들이 빼곡히 보였다. 무리 지어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여름 엄청난 폭우에 마을이 잠기고 순식간에 집이 모두 떠내려가는 수해를 입은 지역이었다. 약 일 년 만에 아파트로 보이는 건물이 새로 들어서고 그 안에 사람들이 채워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정말 저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온기가 없다. 그리고 그 옆으로 한눈에 봐도 돌덩이가 깊게 박힌 척박한 땅이 보인다. 건물 앞마당, 버려진 땅을 맨손으로 일궈 겨우 풀때기 하나를 심어 놓았다.
해 질 녘 굴뚝 위로 밥 짓는 연기 피어나면 그나마 하루를 버티게 해 줄 밥상머리 마주할 수 있을는지.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어머니의 분주한 손길이 멈추지 않는다.
북·중 국경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은 짐을 지고 가는 여성들이다.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로 한 여성이 지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머리에 한 짐의 보따리를 이고 가는 모습이 한눈에 봐도 숨이 턱턱 막힐 만큼 힘겨워 보인다.
나중에 사진 속에서 찾은 건 밭의 구역을 나누고 경계를 해 놓은 모습이었다. 싸리나무로 촘촘히 경계선을 긋고 판자를 엮어 누구도 넘나들 수 없는 장벽을 세웠다. 무얼 그리도 지키고 싶었던 걸까. 그마저도 빼앗기고 뺏는 생존의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가족의 생명선이었을지 모른다.
자전거에 오른 아이의 페달은 또 어떠했던가. 앉아서는 페달에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아직 어린 아이가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힘겹게 길을 나섰다. 삭주까지 남은 거리는 24km. 사람 냄새 묻어나 온기 넘치는 집에 과연 무사히 도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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