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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기억’ ‘추억’이라는 뜻이다....'))
프랑스어 수버니어(souvenir)는 ‘기억’ ‘추억’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이 영어권으로 넘어가면 뜻이 바뀌어 ‘기념품’이 된다. 즉 메모리와 수버니어는 원래 같은 의미지만 영어권에서는 이들의 뜻이 분리돼 있다.
박물관이나 유명 여행지를 방문하면 반드시 기념품 판매점을 만나게 된다. 과거 기념품 하면 열쇠고리 정도를 떠올렸는데 최근 지자체나 박물관에서 수버니어 제작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 상품도 다양해지고 모양도 세련돼져 가는 중이다.
선배 몇 분을 모시고 여행을 갔을 때다. 관광을 마치고 기념품 판매점에 들렀는데 한 선배는 단 한 개의 물건도 사지 않았다. 친구들이 손자·며느리 줄 물건을 고르는 동안 그저 구경만 할 뿐이었다.
“물건 사 가면 생색은 나겠지만 결국 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들이야. 여기 사람 사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은 하나도 없어.”
그의 말이 격하게 공감됐다. 기념품 매장에서 사람살이에 꼭 필요한 물건을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중 컵·코스터·부채·병따개 등은 유용한 편이지만 대부분의 가정에 있을 만큼 있다.
여기저기서 받다 보니 나는 캔버스 가방이 여러 개다.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데 필요하다는 사람은 별로 없고 도리어 주겠다는 사람 투성이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고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 끌어안고 있는 물건들…. 이런 물건들 때문에 집이 점점 좁아지는 중이다.
작가 소노 아야코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기까지 물건을 줄이고 줄여 자신이 입고 있는 의복 외에는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았다. 생의 기념품이던 사진과 편지는 진즉에 태웠고 값비싼 액세서리는 모두 남에게 나누어 주었다. 딸에게 선물받았던 비싼 옷은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다시 딸에게 선물했다. 죽은 후 어차피 남의 것이 될 물건이라면 살아서 선물하는 게 낫다는 논리였다.
진민영 작가는 저서 ‘간소한 삶에 관한 작은 책’에서 신박한 선물법을 제안한다. 물건이 아닌 기억을 선물하는 것이다. 부모님께는 마사지 쿠폰이나 스파·미용실 이용권 선물해 함께 케어를 받는 것이다. 친구들에게는 근사한 한 끼 식사를 대접하거나 친구의 이름으로 기부 선물을 한다. 배우자에게는 스포츠 센터 회원권을 선물하면 좋아할 것이다. 연극·영화·콘서트 티켓도 좋은 선물이다.
기억을 선물하는 일이야말로 수버니어의 본래 뜻에 가장 근접한 행위가 아닐까.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덤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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