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만시지탄 ‘서비스발전기본법’ 조속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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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도약 위해 서비스업 고부가가치화 절실
극심한 내수 침체·경기 부진 극복을 우선적으로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04 06:30:23

지난달 30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서비스발전기본법(서발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서발법은 서비스 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으로 2011년 12월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으나 번번이 폐기된 바 있다.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비중은 높은 반면 생산성은 낮다. 한국은 87체제로 불리는 87년 노동자 대파업으로 88년부터 6년간 임금이 연평균 20%씩 상승했다. 그 결과 비약적으로 발전해 오던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에서의 비중이 1988년 30%를 정점으로 정체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30% 안팎에서 소폭의 등락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50인 이상 대기업의 비중이 14%로 미국의 58%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반면 1988년 50% 수준이었던 서비스산업의 비중은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기준 63%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은 낮아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7위에 불과하다.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업인 금융·의료·교육·문화 등의 비중은 낮고 대부분 저생산성의 음식업·도소매업·숙박업 중심이어서 전체적인 서비스의 저생산성으로 귀결되며 한국 경제 저생산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기업의 비중이 과도하게 낮아서 양질의 일자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생산성이 낮은 음식·숙박업·도소매업 등 자영업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악화되고 있는 민생 문제의 근원이다.

그 결과 서비스수지 적자도 크다. 한국경제인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22년간 한국의 누적 서비스 수지는 2529억 달러(약 348조2700억 원) 적자로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는 미국(3조7785억 달러)이나 영국(2조 5585억 달러)과 크게 비교된다. OECD는 2018년 기준 한국의 서비스업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전체 R&D 투자액의 8.9% 수준인 70억 달러로, 미국(1612억 달러·36.2%)·일본(164억 달러·12%) 등에 비해 투자 규모나 비중 모두 작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절실한 배경이다.

따라서 이번에 제출된 서발법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만시지탄의 법안이다. 송 의원 발의안의 경우 △서비스 신산업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정보통신(IT)·인공지능(AI)·블록체인·데이터 기술 등 시책 수립 △옴부즈만 및 갈등 조정 기구 설치 △자금·인력 지원과 조세 감면 등이 주요 내용이다.

송 의원은 발의안에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고 서비스 수출도 정체되고 있는 바 최근 4차 산업혁명 신기술 발전에 대응해 서비스 산업의 융복합 촉진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이루도록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너무 지당한 말이다.

아울러 서발법 제정을 통해 연도별 발전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콘텐츠·관광 등 유망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기존 업계와 신규 서비스업계가 충돌하는 타다·로톡(Law Talk) 사태 등을 막기 위해 기재부 산하에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갈등 조정 기구를 운영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갈등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절차다.

의료계와 야당의 반발 가능성에도 보건·의료 부문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사실 그동안 서발법이 지연되어 온 배경에는 의료계의 반발이 컸다. 의료계는 원격 비대면 진료에 대해 한사코 반발해 왔다. 대면 진료를 고집해 온 나머지 ‘3분 진료’라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명의의 진료는 6개월 대기가 보통인 상태인데도 ‘증원도 안 된다’ ‘원격 비대면 진료도 안 된다’는 식의 직역 이기주의는 이제 거둘 때가 되었다.

중국은 2014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뒤 2019년 의약품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 지난해엔 국가 장기발전 전략에 비대면진료 산업 육성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 비대면 진료 시장 규모는 약 6조7570억 원으로 도입 초기 대비 8.5배 성장해 이용자 수는 7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핑안 굿닥터의 경우 소속 풀타임 의사 수가 2000명, 제휴 약국 수는 수만 개에 달해 등록 회원 4억 명, 하루 비대면 진료 100만 건에 이르고 있다. AI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언제까지 국민 건강을 볼모로 서비스산업 발전을 지연시킬 것인가.

지난 9월 한국경제인협회는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30대 규제개선 과제’를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공유숙박업 제도화·대형마트 규제 완화·자율주행로봇 원본 영상 활용 허용·‘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등 극심한 내수 침체와 경기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될 내용들이다. 이번에 제출된 서발법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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