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드론 전쟁 시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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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방식의 소모성 드론 대량 시스템 구축
공격용 드론은 장비 아닌 소모품으로 인식 전환
즉각 적용 가능한 상용 빅테크 기술에 주목해야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08 06:30:48

6·25전쟁이 냉전시대를 대변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신냉전 시대를 대변하는 전쟁이다. 근본적 차이점이 있다면 6·25 전쟁은 유엔이 직접 나선 경우로 불법 남침한 북한에 대해 16개 회원국이 전투 병력을 파견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2022년부터 10만 병력 파병을 제안해 온 김정은과 러시아의 푸틴이 6월 양국 간 조약을 체결한 이래 탄약 및 로켓에 이어 북한이 전투 병력까지 파병함에 따라 3개국이 참전하는 형국으로 변화했다.

자칫 세계대전으로의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러시아 병사 일일 사망자 수가 1300명이나 되는 시점에서 실전 경험이 전무한 북한군이 개활지와 다름없는 우크라이나 전장(戰場) 환경에서 생존이나 할 수 있는지 의구심도 상당한 실정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전투는 장거리 정밀 포격과 소형 공격드론에 의한 ‘포인트 공격’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둔지 또는 참호에 대한 포격에 이어 병사 한 명 한 명을 드론이 공격하는 전술이 일반화된 것이다.

전쟁 초기에는 전차·미사일 등 고가(高價) 무기체계가 사용되었으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엄청난 장비 손실에 따른 후속 군수지원의 한계가 발생하여 양국 모두 그러한 무기체계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 시점에서 소형 공격드론의 효용성이 높게 인정받으며 주요 살상 무기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론 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물론 전쟁 초에는 주력 무기체계의 보조 장비 역할을 했을 뿐 전장을 주도하진 못했지만 전쟁 중반기 이후부터는 기술의 발전과 대량 생산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을 주도하는 무기체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이 게임만 하던 천덕꾸러기 청년이 현재 우크라이나 최고의 병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이름은 올렉산드로 다크노(29세)로 드론 카메라와 연결된 고글을 착용하고 ‘1인칭 시점’에서 조종이 가능한 ‘FPV((First Person View) 드론’에 4kg 폭탄을 실어 보내 지난 1년 반 동안 300여 명의 러시아군을 폭사시켰다.

이를 두고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은 특수부대 요원이 아니라 전장 한복판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조차 없었던 허약한 ‘스크린 중독 청년’의 ‘민첩한 엄지손가락’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물론 전쟁 속의 전투는 다양한 국면이 있는 만큼 특정된 한 분야를 최고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당연히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 요원이 필요한 국면도 있고 ‘민첩한 손가락’을 가진 청년들이 필요한 국면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불과 500달러(69만 원) 내외의 ‘저가 드론’이 전장의 판도를 서서히 바꾸고 있다는 것이며 징집된 일반 병사들을 상대하기에는 드론이 최적의 무기임이 밝혀진 것 또한 사실이다.

당초 FPV 드론은 ‘레이싱 경기’에 사용하던 드론으로 ‘급격한 선회·빠른 속력’을 자랑하는 말 그대로 ‘장난감’이었다. 그 장난감이 전장에서 무서운 무기로 탈바꿈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경우 세계 최초로 ‘드론 부대를 여단에 통합’시킨 국가다. 즉 현장에서 총을 들고 싸우는 병사들과 공격용 드론을 운용하는 요원이 함께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드론 부대 자체적으로 ‘기술 허브와 폭탄 공장을 통합’하여 매달 수만 대의 드론을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국경에서 수백km 떨어진 러시아 중심부의 전력 시설과 정유 공장도 드론을 이용해 정밀 공격했다. 일반적으로 드론이 ‘전자파 공격’에 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고자 지형지물을 탐색하고 자율적으로 비행경로를 변경하여 목표물을 식별하고 공격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드론도 사용되고 있다. 이 드론의 명중률은 일반 미사일을 능가하는 80%인데 가격은 5000달러(690만 원)에 불과하다. 69만 원짜리 드론으로 적의 병사와 전차를 무력화시키고 690만 원짜리 드론으로 기반시설을 정밀하게 파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것은 ‘군사 혁신이 아닌 혁명’에 가깝다.

이는 곧 전통적 방위사업체가 아닌 ‘빅테크 기업’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MS·구글 등 빅테크 3사가 수주한 금액은 280억 달러(36.6조 원)로 미 국방부 연구개발비 1300억 달러(180조 원)의 20%에 육박하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우리도 무기체계 개발에 즉각적 적용이 가능한 ‘상용 빅테크 기술’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 군도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지만 드론의 종류는 물론 보유 수량 자체가 대단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명확하게 정립된 작전 개념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없으니 당연’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은 우리 군의 전력 증강 및 전술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국방 혁신의 교훈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