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유권자 득표수와 선거인단 수 모두에서 이기는 ‘완전한’ 승리로 막을 내렸다. 종종 미국의 대선에서는 선거인단 수에서는 이겼지만 유권자 득표수에서는 지기도 해서 논란의 불씨를 남기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트럼프의 완승이었다. 상원도 공화당이 장악했고 하원도 장악할 전망이어서 백악관에 이어 상·하 양원을 장악하는 ‘트리플 크라운’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의 국정 장악력도 한층 강화되고 추진력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트럼프의 승리 원인에 대해선 다각도의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핵심은 경제 공약이었다. 트럼프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에 대해서는 60%의 차등관세를 부과하며 멕시코산 중국 차에 대해서는 1000%의 고율 차등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럼으로써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고 불법 이민을 강력히 통제해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는 등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MAGA)는 공약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는 트럼프 1기에서 21%까지 인하했던 법인세를 28%까지 인상하고 첫 주택구입자에게 2만5000달러를 지원하고 소기업 세제 혜택을 5000달러에서 5만 달러까지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을 했다. 법인세를 올리고 저소득층과 소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겠다는 좌파 정당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포퓰리즘 공약을 했는데 이러한 공약들이 미국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유색인 여성 후보로서 낙태금지법을 폐지하겠다며 잘못하면 흑·백 여성 간 또는 남녀 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민감한 공약까지 내걸었으나 큰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의 다수는 법인세를 인상하고 저소득층과 소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겠다는 포퓰리즘 공약보다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관세를 부과하고 불법 이민을 강력히 통제해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MAGA 공약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미국 대선은 포퓰리즘보다는 전통적인 시장경제 보수주의의 승리로 평가된다. 포퓰리즘의 유혹보다는 보수주의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위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도 야당의 포퓰리즘과 여당의 보수주의적 시장경제 공약이 언제나 대립하고 있어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은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기간 중 눈에 띄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육박했다는 점이다. 이는 제2차 세계 대전 후인 1946의 120%를 처음으로 능가하는 수준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부분이 크기는 했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마구잡이식 현금 살포를 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미국의 굴욕적인 아프카니스탄 철군이라든지 지금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을 못 하고 있으면서 미군 주둔국에 대해 분담금 증액 주장을 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이러한 국가부채 문제가 있다.
국가 부채를 급증시킨 점은 문재인정부 기간 중 국가채무가 400조 원이나 증가해 지금 윤석열정부에서 재정 정책을 제대로 구사할 수 없게 만든 한국의 좌파 정부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포퓰리즘과 ‘큰 정부’ 정책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좌파 정당의 공통된 정책 기조다. 그런데도 해리스는 여전히 포퓰리즘 공약을 내걸고 있는 모습이 한국의 좌파 정당과 비슷하다.
다가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 통상 정책이다. 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국에 판매하는 제품은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들면서 생산하라는 주문이다.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볼 때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린 후에는 대부분 세계대전이 뒤따랐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도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렸고 당시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발 공업국과 일본·독일·이탈리아 등 후발 공업국 간에 시장 쟁탈전을 벌인 것이 2차 세계대전이었다. 승전국·패전국 할 것 없이 엄청난 피해를 낸 2차 세계대전 후 자유무역과 자유로운 금융 활동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출범했던 것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신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GATT)과 국제통화기금(IMF)이었다.
불행히도 역사는 반복되고 다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릴 전망인 트럼프2기를 한국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미 미·중 무역 갈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는 중국이지만, 그다음 타격을 받을 국가는 한국이라는 경고가 IMF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2기에서 글로벌 관세정책을 실행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은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하고, 실질GDP는 0.67~0.24%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의 고수·한중자유무역협정의 개정 등 통상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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