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자금 수요 큰데… 5대 은행 대기업 위주로 대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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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NH, 대기업 대출 25% 늘릴 때 中企 대출 6% 늘려
연체율 관리 차원이지만 中企 대출 수요 절실하고 수익성 부진 심각해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3 11:27:00

▲ 스카이데일리가 1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분기 실적을 확인한 결과, 9월 말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금은 총 645조32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대기업 원화대출금 증가율(24.7%)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한 시민이 상담받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대기업 대출을 25% 대폭 늘린 것과 다르게 중소기업에 빌려는 대출은 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로 한정하면 대출 증가율은 고작 2%다.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기업 위주로 대출 영업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악화로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을 위해 정책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2일 스카이데일리가 국내 5대 주요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분기 실적을 확인한 결과 9월 말 이들 은행의 대기업 원화대출금은 총 188조2952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51조147억 원) 대비 24.7%(37조2805억 원) 불어난 규모다. 은행별로 △신한은행(대출 잔액 39조9827억 원) 63.6% △우리은행(54조8280억 원) 22.9% △농협은행(21조335억 원) 16.3% △국민은행(42조6000억 원) 15.8% △하나은행(29조8510억 원) 10.2%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중소기업 대출은 온도가 조금 달랐다. 주요 은행 5곳은 같은 기간 중소기업 원화대출금을 606조5020억 원에서 645조328억 원으로 6.4% 늘리는 데 그쳤다.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3분기 94%에서 올 3분기 81%로 쪼그라들었다. 우리은행(10.1%)을 제외하면 신한은행(7.3%)·하나은행(5.5%)·국민은행(5.5%)·농협은행(2.2%) 모두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소상공인·개인사업자 등에게 내주는 소호(SOHO) 대출은 더 심각했다. 합계 대출금은 작년 3분기 317조4375억 원에서 올 3분기 325조1761억 원으로 고작 2.4% 늘어났다. 심지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소호 대출을 1년 전보다 각각 6650억(-1.3%)·5070억(-0.9%) 원 감축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조이기’에 나선 건 건전성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에 기업대출 중심으로 늘릴 수밖에 상황에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보다 우량한 대기업에 대출을 내준 게 연체율 관리에 유리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출을 내줬을 때 부실 우려가 커 연체율 관리를 위해 우량 사업체 위주로 대출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연체율 격차는 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국내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5%로 1년 전(0.13%)보다 0.08%p 내려갔지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5%에서 0.78%로 0.23%p 올라갔다. 중소법인 대출 0.84%, 개인사업자 대출 0.7% 수준이었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대출행태지수 중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수요는 22p로 2분기(17p)보다 5p 올라갈 전망이다. 같은 기간 8p에서 0p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기업과 상반된다.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 등에 따라 운전자금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영난도 심각하다. 한은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2만3137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4.4%로 1년 전(5.0%)보다 저하됐다. 순이익률도 0.2% 줄어들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6.6%)·순이익률(7.2%)이 3.3·1%p 오른 대기업과 대조적이다.

기술력 있는 유망 벤처기업이 자금난에 빠질 위험도 크다. 실제로 5대 은행은 중소·벤처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받는 대출 상품인 기술신용대출을 줄이고 있다. 작년 9월 176조893억 원이었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올 9월 161조3719억 원으로 8.4%(14조7174억 원) 감소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들이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내주면서 중소기업이 어려운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80%·전체 생산의 절반 이상을 중소기업이 담당할 정도로 역할이 큰 만큼 포용금융 차원에서라도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적극 지원하고 정부도 정책 자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