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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문 정권의 체제 변혁 시도
2021년 2월 초, 설 명절을 앞두고 김승규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주민자치기본법안을 검토해 보라는 부탁을 받았다. 주민자치기본법안은 2021년 1월29일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민자치회‧주민총회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었다.
찬찬히 법조문을 읽어 가면서 숨이 턱턱 막히고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공산주의 이론과 전략 전술이 떠올랐고, 586 좌익 운동권이 오랫동안 진지전을 전개한 조각들이 합체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법안을 보면서 ‘문 정권이 지방분권을 무기로 체제를 바꾸려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고, 다음과 같은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좌파 마을활동가들과 단체들이 읍・면・동을 장악한 후 대한민국 하부인 읍・면・동으로부터 체제를 바꾸고 이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인민민주주의 체제를 거쳐 사회주의 체제로 변혁시켜 갈 것이다.
주민자치기본법 발의의 속내
당시 필자는 대한민국을 이끄는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모르게 이런 노골적인 악법을 발의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이러는 걸까…. 냉정을 되찾은 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마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국민 가운데 주민자치기본법안의 독소조항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 법안 통과 후, 법안의 위험성이 드러난다면 국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우리 국민의 70∽80%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좋아하고 우리나라가 북한・중국 같은 공산・사회주의 체제가 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본다. 그런데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 대한민국이 공산・사회주의라는 낭떠러지로 줄달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기본법 통과 저지를 위한 노력
필자는 2021년 3월 초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이라는 책을 출판한 후, 전국을 다니며 강의나 유튜브를 통해 이 법안의 독소조항을 사실대로 알리려 노력했다. 2021년 5월부터 강의를 시작하자 인터넷을 도배하던 주민자치 홍보 유튜브 영상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거리마다 그렇게 많던 주민자치회‧주민총회 현수막도 급격히 사라져 갔다.
충남 아산시‧충북 영동군 등 여러 지역에서는 주민자치회 조례 제정이 저지되었고 특히 좌파 마을활동가들이 2021년 연말까지 법제화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던 주민자치기본법안도 일단 통과가 저지되었다.
이제 이 법안이 대체 무엇인가, 그 본질과 목적이 무엇인가를 들여다볼 때다. 민주당 등 좌파에선 마을 운동‧주민자치법이라는 쏠쏠한 무기를 그냥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댐을 허무는 법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등 총19명(더불어민주당 18명‧무소속1명)이 2021년1월29일주민자치기본법안 제정을 발의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해치고 헌법 위반 소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기본법 법안 발의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니 ‘마을 민주주의’니 하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공산국가들이 정권 초기에 시행하는 인민민주주의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 이상한 지방분권 체제가 시행된다면 어떻게 될까. 전국의 말단 지방 단위인 읍·면·동이 그 지역의 좌파 마을활동가들과 좌파 단체들에 장악당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말단 조직이 이렇게 사회주의 세력에 장악당하게 되면 자유민주주의식 선거에 의한 지방자치제(도지사‧시장‧군수 선거)도 서서히 그 기능을 잃게 되고 중앙정부도 무력화되어 갈 것이다. 이 상태를 방치한다면 결국은 지방 하부 체제가 완전히 바뀌어 버려 그 이전 체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며 겨우 정권을 회복한 우파 정권도 다시 무너질 것이다.
주민자치기본법의 핵심은 뭘까
주민자치기본법 법안 발의는 주민자치회와 주민총회라는 새로운 지방권력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이 읍·면·동 통치를 주도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주민의 총의를 물어 마을 민주주의를 한다고 하지만 주민의 의견을 묻는다는 주민총회는 허울일 뿐 실제로 그것을 운영하는 것은 주민자치회라는 집행기구이다.
법안에 의하면 주민자치회는 무소불위의 강력한 권한을 가지며 읍·면·동의 행정을 비롯해 지역과 관련된 모든 것을 주도하게 되어 있다. 기존의 행정 조직인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갖고 주민을 통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주민자치회 사무실을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같은 건물에 두도록 했는데 이는 자치회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게 함으로써 인간적 친밀도를 높이고 간섭·통제하기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다.
마을활동가들이 주민자치회를 장악하면…
막강한 권한을 가진 주민자치회의 사무국 직원은 어떻게 임명되는가. 공무원을 임명할 때처럼 자격시험을 거치는 것도 아니고, 선거를 통해 뽑는 것도 아니다. 주민자치회에서 자체 추천해 명단을 올리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그저 요식적으로 결재 처리해 임명하는 방식이다. 주민자치회가 사실상 셀프 선발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엄청나게 양산된 좌파 마을활동가들이 주민자치회를 차지할 것이다.
주민자치회에는 하부조직이 있다. 통(통장)‧리(이장)‧공통주택단지(입주민 대표) 등 소지역별 분회 조직을 둘 수 있도록 했고, 교통・환경・아동・주거・안전・복지 등 지역적 특성에 따라 기능별 분과 조직도 둘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읍・면・동 조직은 유명무실해지고 점차 주민자치회로 통폐합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도 하부조직을 상실함으로써 유명무실화되고 새로운 좌파 주도의 광역단체로 흡수될 위험성이 있다.
재외동포‧외국인도 주민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
주민자치기본법안에 따르면 ‘주민’에는 주민등록법상의 주민(진짜 주민)뿐 아니라 국적이 없거나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가짜 주민)도 주민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자치기본법에서 새롭게 주민으로 규정하는 가짜 주민에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일정 자격의 재외동포와 외국인도 포함되고, 심지어 그 지역에 소재하는 기관이나 기업체의 모든 직원과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등 학교 소속 교직원과 학생들조차 포함된다. 이로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이 개입할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주민자치회는 주민등록번호‧주소는 물론 심지어 휴대폰 번호 등 소속 주민들에 관한 상세한 개인정보를 중앙 관계기관과 자치단체장에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
주민자치회가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 기관까지도 컨트롤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이렇게 수집한 주민 개개인의 신상정보를 토대로 소속 주민들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민의 인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실이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난 수십 년간 실시해 온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입각한 지방자치제는 생명을 다하고 공산국가들이 체제 변혁 초기에 시행했던 인민민주주의 체제의 지방제도로 급변할 것이다. 좌파 세력이 읍・면・동 ‘마을 공화국’을 지배하는 양상이 구축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허무는 흉기
법안에 의하면 주민자치회는 지방행정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중앙정부의 업무와 관련된 사항까지도 광범위하게 관여할 수 있다. 교통‧안전과 같은 치안 업무나 노동‧환경 등의 문제에 관해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은 물론 이에 더해 주거‧인권‧복지 등 개인 관련 사항에까지 세세히 관여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주민자치기본법안에 따르면 지역 내 거주민은 물론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기업‧학교‧교회‧자영업자 등은 물론 일반 주민들까지도 주민자치회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이 법안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마저 허무는 흉기가 될 것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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