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각 분야에서 다음 해의 트렌드를 예상한다. 트렌드는 우리말로 ‘유행’이다. 산업에서는 이에 대한 예상을 준비해 투자하고 소비자는 이를 감안하게 된다. 소비자가 트렌드를 끌고 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산업 측에서 이에 걸맞은 상품을 먼저 내놓기도 한다. 건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트렌드는 시대적 요구이다. 과거엔 건축 트렌드 대부분을 집권층이 주도했다. 기술과 재료의 한계 때문이었다. 건축의 역사를 보면 트렌드로 등장하는 것은 대부분 권력층의 소유였다. 캐슬이나 종교적 건축물이 그런 예다. 일반인의 건축물이 트렌드로 부각되지 못한 것은 그들 삶의 질이 충분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트렌드는 삶의 질과 연관이 있다. 삶의 질이 낮으면 기본적인 수준만 유지하면 될 뿐 트렌드라는 용어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 트렌드는 곧 삶의 여유를 말한다.
트렌드는 유행이다. 이를 두 가지로 분류해 모데와 대모데로 나눌 수 있다. 모데는 트렌드를 일으키는 부류로 트렌드 확산에서 이들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 그 부류를 따라 가는 사람들이 바로 대모데이다. 트렌드는 지속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사라지기도 한다.
스위스 건축가 기디온은 시간·공간·건축에서 이를 일시적 사실과 구성적 사실로 구분했다. 구성적 사실은 살아남아 이 트렌드가 양식으로 정착된다고 했다. 양식이 되면 하나의 미적 기본가치를 형성하게 된다. 예를 들면 비잔틴·로마네스크·고딕·르네상스·바로크·로코코 양식 같은 트렌드들이 살아남아 양식으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즉 이 각각의 시기들에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양식 외에도 많은 트렌드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많은 트렌드들은 일시적인 사실에 속하는 것으로 시대의 선택을 받지 못해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이다.
작년에 패션 브랜드 구찌는 경복궁에서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 주제는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으로 ‘Old but New’를 내세웠다. 전통과 현대의 조합이다. 여기서 새로운 언어 ‘힙 트래디션(Hip Tradition)’이 등장한다. 힙은 유행을 의미하고 트래디션은 전통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현대적인 미를 가미한 복고풍이다. 건축 형태에서는 기술과 재료에 힘입어 미니멀리즘이 2023년도에 트렌드로 부각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는 현대 기술의 자랑거리였다.
건축 트렌드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소비성이 강하지 않다. 그래서 그 변화가 크지 않다. 2022년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커서 건강한 공간에 대한 욕구가 강했지만 점차 그 트렌드는 본연의 목적을 향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웰빙’이다. 건축 트렌드의 방향은 대부분 웰빙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건축 트렌드의 변화 내용을 분석해 보면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개인적인 취향이다. 두 번째는 기술적인 부분이다. 세 번째는 사회적인 면이다. 개인적인 내용은 주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건축물의 형태와 인테리어를 포함한다. 두 번째 기술적인 부분은 재료가 정보기술(IT)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건축 환경을 꾸미는 데 재료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IT가 다양한 형태와 건축 작업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세 번째 사회적인 것은 곧 환경이다. 특히 자연환경 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건축이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살펴 볼 때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2025년도 건축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1. 스마트 홈 통합. 이는 2024년도에도 등장했던 주제이다. 그러나 다른 점은 2024년도 주제가 스마트한 건축이라면 2025년도는 이를 통합하는 것이다.
2. 노령 친화적 공간이다. 의학의 발달로 고령사회가 시작되면서 건축 분야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3. 다기능 공간. 주택 보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제 고유 기능을 갖고 있는 공간 보다는 하나의 공간이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요구한다.
4. 자연광을 갖춘 건축물이 요구될 것이다. 이는 에너지와도 문제가 있고 자연광이 인공적인 것보다는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5. 저렴하지만 우아함을 갖춘 주택. 이제는 저가 주택도 다자인이 요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6. 하드우드 바닥의 부활. 이는 목재가 저렴해져 다시 공간의 웰빙 트렌드로 하드우드 바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7. 내부와 외부 공간의 혼합. 공간의 자유가 곧 인간의 자유이다.
8. 셰프의 주방 강조. 주부의 해방이 곧 주택의 해방이다. 이제는 요리하는 남자도 많아져 주방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다.
9. 생태적 고려 사항. 자연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건축 트렌드의 목적은 웰빙이다. 웰빙은 인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사실 지금은 자연과의 공생이 더욱 중요시되는 시대다. 트렌드는 삶의 여유가 있을 때 가질 수 있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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