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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국한문 혼용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우리말은 오랜 세월 한자어를 함께 써 온 관계로 명사의 대부분이 한자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 한자를 공부하면 우리말 어휘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한자어도 한국적인 발음으로 가끔씩 헷갈리는 것들이 있다. 이것을 ‘속음’이라고 한다.
속음은 세속에서 널리 사용하는 익은 소리(습관음)이므로 속음으로 된 발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게 되며 맞춤법에서도 속음에 따라 적는 것을 허용했다.
팔일(八日) : 초파일(初八日)
십일(十日) : 시방정토(十方)·시왕(十王)·시월(十月)
목재(木材) : 모과(木瓜)
분노(忿怒) : 대로(大怒)
안녕(安寧) : 의령(宜寧)
승낙(承諾) : 허락(許諾)
보리(菩提) : 제공(提供)
도량(道場·불도를 닦는 깨끗한 마당) : 도장(道場·무예를 닦는 곳, 태권도장)
보시(布施) : 공포(公布)
자택(自宅) : 본댁(本宅)
모란(牡丹) : 단심(丹心)
설탕(雪糖) : 당분(糖分)
등과 같이 속음으로 적는 것도 많다.
표의 문자인 한자는 하나하나가 어휘형태소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음은 다르지만 동일한 형태소의 이형태(異形態)이다. 형태소 얘기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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