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6º
미세먼지 좋음
강릉 15.2º
미세먼지 보통
)
한 시인이 또 다른 시인의 시집을 훔치다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판사가 물었다. “만약 누군가 당신 책을 훔친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시인은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답했다. 판사가 다시 물었다. “이 책의 가격을 아는가?” 시인은 “가격은 모르지만 그 가치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시인은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악의 성자’로 칭송받는 장 주네. 자신의 첫 시 ‘사형수’를 발표하고 첫 소설 ‘꽃의 노트르담’을 쓰기 시작한 즈음의 일이다.
사생아로 태어나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에 뛰어들기까지 30여 년 동안 부랑 생활을 이어온 주네는 자신이 경험한 삶에서 출발해 기존 세계의 규범과 대립하는 독창적인 미학을 창조했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드는 주네의 시적 언어는 수많은 사람을 매혹시켰다. 1947년 주네가 반복되는 절도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자 장 폴 사르트르·시몬 드 보부아르·장 콕토·앙드레 브르통 등이 탄원해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장미의 기적’은 주네의 두 번째 소설이다. 1943년 상테형무소에서 탈고한 원고다. 감옥에서 육체는 억압되었을지라도 자유로운 정신으로 모색한 세계를 시적 산문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신을 거부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방편으로 악에 몰두하는 자들의 삶을 탐닉했다. 규범 ‘바깥’의 삶을 상상 가능한 삶으로 복권하여 삶을 가로지르는 폭력적 위계에 균열을 낸 것이다. 주네는 아름다움의 정의를 비판적으로 심문하여 새로운 미학으로 나아간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