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법치의 위기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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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 요건 충족 못해
헌법재판소 스스로 헌재법 32조 위반해 심리 강행
심리과정 비공개, 국민 신뢰 저하와 공정성 훼손 자처

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03 20:25:07

▲ 정형식(왼쪽)·이미선 헌법재판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2월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204명이 찬성하며 헌정사에 또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 기록되었지만, 이 과정과 후속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흔들고 있다. 국회의 결정은 헌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도구로 악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도 공정성과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탄핵소추안은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회 법사위 심의를 생략하는 절차적 하자가 있었고, 소추안의 주요 증거로 제시된 것이 신문기사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탄핵 사유는 구체적 법률 위반의 입증 없이 단순히 죄명을 나열하는 데 그쳐, 탄핵소추의 본질적 취지와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을 위협할 뿐 아니라 민주적 질서를 뒤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의 절차적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탄핵소추안이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 처리되며,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이러한 태도는 국회가 헌법적 책임을 방기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탄핵소추는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헌법적 판단의 도구로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추안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또한 이번 심리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내란죄와 같은 중대 탄핵 사유를 소추의결서에서 제외하려면 국회의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헌재가 자의적으로 기준을 설정하려는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32조에 따라 수사 중인 사건 기록의 송부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과거 사례를 반복하려는 헌재의 태도는 법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형사소송법 원칙의 무시는 헌재의 권위를 더욱 훼손하고 있다. 전문진술이나 일방적인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려는 시도는 공정한 심리 원칙에 어긋난다. 헌재는 증거의 적법성을 엄격히 판단하고, 증인신문 등을 통해 소추기관의 입증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심리 과정의 비공개성도 문제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임에도 헌재는 주요 쟁점과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헌법적 판단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저하시킬 뿐 아니라 정치적 영향을 배제해야 할 헌재의 본질적 역할을 훼손한다.

탄핵소추안과 헌법재판소의 심리는 헌법질서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회는 탄핵소추권을 책임 있게 행사해야 하며, 헌재는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고 법치주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탄핵제도는 헌법적 도구가 아니라 정치적 무기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국회와 헌재 모두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헌법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때다.

김영 기자 jeb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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