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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1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루야알 상튀베르의 한 커피숍에서 중국 국가안전부(MSS) 요원 3명이 잠복해 있던 벨기에 경찰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었다. 이중 2명은 MSS 현지 요원이며 1명은 중국에서 미국 내 정보원을 접선하러 나온 핸들러(handler·정보관, 공작지도관)였다.
그의 이름은 쉬옌준(徐延軍·42)으로, 중국 국가안전부 장쑤성 지부 제6판공실 소속인데 해외정보와 방첩 임무를 담당하는 고위 정보관이었다. 그는 2003년부터 MSS 정보장교로 일하기 시작해 부국장급까지 승진했다.
쉬옌준은 6개월 뒤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미국으로 추방된 후 미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그의 혐의는 간첩 공모(경제 스파이 공모)·무역 비밀도용 공모·경제스파이 미수·무역 비밀도용 미수 등 4개 죄목이었다. 중국 정부는 산업스파이 혐의는 완전히 날조된 것이며 정부요원을 체포한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강하게 미국을 비판했다.
미 연방검찰의 기소장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연방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쉬옌쥔은 2013년 12월부터 2018년 4월 체포 직전까지 5년간 세계 최고의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복수의 우주항공기업들에서 중국을 위해 봉사할 전문 인력들을 포섭해 첨단 항공기술 정보를 빼내려고 활동했다. 그는 항공 분야의 선두 주자로 인정받는 미국과 해외의 특정 회사를 표적으로 삼았다.
쉬옌준은 가명과 위장 회사 및 대학 등을 이용해 항공사 직원 포섭을 시도했다. 그는 미 항공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모집·초청해 중국 여행을 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대학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여행한다는 구실을 붙이기도 했다. 당연히 여행비용 및 수당을 지불했다. 이 계획은 MSS와 중국 항공사 간의 협력으로 실행됐다. 그는 민간 항공사의 비밀 외에도 미군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시도했다. 그가 핵심적으로 노린 정보는 GE 항공의 독점적인 복합 항공기 엔진팬 모듈과 관련된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세계 어느 회사도 모방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2017년 3월 신시내티의 GE 에이비에이션(Aviation)에서 일하던 ‘화(華)’라는 중국계 엔지니어는 미국에서 구조공학 박사학위를 따고 근무 중이었다. 화는 중국 난징 항공우주대학(NUAA) 관계자로부터 강연 초청을 받았다. 특히 중국 방문 시 항공료·숙박료 및 3500달러의 강연 사례비 외에도 친지 상봉과 여행에 드는 경비도 모두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귀가 솔깃할 것은 당연했다. 화는 GE 회사 측이 자신의 중국 강연을 승인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회사 측에 알리지 않고 중국에 갔다.
화가 소속된 기술팀은 GE 에이비에이션에서 탄소기반 복합재를 사용해 제트 엔진의 회전 팬 블레이드(fan blade)와 케이스를 설계하고 있는 핵심 부서였다. 금속 대신 탄소 기반 재료를 사용하면 엔진의 무게가 가벼워져 매우 경제적이다. 중국 측에는 복합재료에 대한 일반적인 연구 결과만 얘기하겠다고 했다. 화는 GE 웹사이트에서 교육용 파일 몇 개를 다운로드해 갔는데 여기에는 복합재료 사용에 대한 전문적인 지침도 포함되어 있었다.
화는 중국에서 장쑤성의 국제과학기술개발협회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치(屈)’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이자가 바로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쉬옌준이었다.
중국을 방문하고 6개월이 지난 2017년 11월1일 화는 회사 측의 감찰 조사를 받았다. 그 자리에는 2명의 FBI 요원도 배석했다. 쉬옌준은 중국 방문 목적을 동창 및 친지 방문 등으로 얼버무렸으나 FBI는 난징 항공우주대를 방문하여 강연한 증거와 그의 집에서 압수한 기밀자료들을 제시했다. FBI는 화에게 중국에 대한 방첩작전에 협력하면 기소를 면하게 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그는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화는 치와 이메일로 계속 교신했다. 이를 역추적한 FBI는 대어를 낚았다. 쉬옌준이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버(iCloud)를 추적해 파악했고 그곳에 저장된 각종 자료들을 고스란히 빼낼 수 있었다. 치가 위장명이라는 것과 그가 MSS 소속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그가 난징항공대 교수에게 “미국의 F-22에 대한 정보를 빼내야 한다”고 말한 통화 기록도 확보했다. FBI는 쉬예준을 해외로 불러내 체포하여 미국 법정에 세우는 작전을 시작했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2018년 1월 화는 그해 2월 춘절(春節)을 맞아 다시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또한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하자 GE의 팬 블레이드 케이싱(casing)과 관련된 자료를 요구했는데 이는 ‘시스템 사양·설계 프로세스’에 관한 정보였다. 화는 FBI와 회사 측의 협조를 받아 2페이지 분량 관련 문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그 문서에는 독점 정보공개에 대한 경고가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다. 일부러 중요 문서인 양 위장한 것이었다. 그리고 2018년 2월 화는 춘절에 중국을 방문하려 했으나 갑자기 3월 프랑스 출장이 잡혀 이를 준비해야 하고 회사가 중국에 휴가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화는 프랑스 출장 중에 벨기에나 독일·네덜란드 등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FBI는 미국과 범죄자 인도협정을 맺은 벨기에를 접선 장소로 물색했고 벨기에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화는 네덜란드에서 만나자는 쉬옌준의 제안을 꺾고 출장 일정상 브뤼셀 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주장해 그곳에서 접선하기로 했다. 브뤼셀의 유명한 갤러리인 루야알 상튀베르의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약속보다 2시간 전에 주변을 확인하러 간 쉬옌쥔과 중국 MSS 요원 2명은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미국에 송환되어 재판을 받은 쉬엔준은 2021년 11월 5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연방법원에서 기소된 모든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3년 만인 2024년 11월 미국과 중국 정부의 각 3명의 수감자 맞교환 합의가 있었는데, 이때 쉬옌준이 포함되어 송환되었다.
이 사건은 중국의 스파이가 해외에서 체포되어 미국 영토에서 재판을 받아 처벌받은 최초의 사례였다. FBI의 역공작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은 미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수많은 기밀을 빼내기 위한 스파이 공작을 자행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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