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路 동서고금 <40> 20·30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연재기획

언어路 동서고금 <40> 20·30

임명신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1-17 06:30:23

성명·국적, 심지어 성별까지 변경 가능한 시대임에도 여전히 불가능한 게 ‘세대 차 극복’이라고들 여겨 왔다. 세대 간 불화는 모든 고도 산업국가의 고민이며 압축 성장을 한 나라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20·30 세대와 그 조부모 세대의 화해라는 특이한 현상이 대한민국에 나타났다. 대통령 탄핵 정국 아래 자유 민주공화국에 대한 절실한 공감대를 매개로 시위 현장에서 서로를 재발견한 결과이다. 이는 세계적 사건이라 할 만큼 역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일이다.

20·30 세대 다수가 자신들의 부모인 50·60 세대와 상반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산업화 덕분에 중산층 진입이 비교적 수월했던 50·60 세대는 대체로 민주화운동의 세례를 받아 ‘분배·복지’ ‘반기업’ 정서에 친숙하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 혜택을 당연히 누리거나 열망한다는 이중성도 보편적이다.

이런 속칭 ‘강남 좌파’의 본질을 심리학에선 죄책감의 상쇄 시도로 본다. 쉽게 부자가 된 사람이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행위가 일종의 이러한 상쇄 시도라 할 수 있다. 지난 20년여간 이들의 이중성을 띤 정의감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오히려 무너져 내렸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치명적으로 기억한다.

50·60, 68(서유럽), 전공투(일본) 세대는 모두 전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나 고도성장기 부흥을 통해 풍요와 안정을 맛봤으나 기성 체제에 반감을 보이며 좌경화됐다. 특히 서유럽의 경우 1970년대 이래 대세가 된 반기독교적인 포스트모던 해체주의는 전통적 가치를 파괴했고 다양성·성소수자·이민자·환경보호 등을 중시한 정치적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주의를 대세로 만들었다. 그렇게 한 세대 지속되면서 서유럽엔 단단히 망조가 들었다.

물극필반(物極必反), 극에 달하면 반동이 온다. 대한민국에선 산업화 정도에 비해 가부장적 문화가 오래 지속된 가운데 한때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으로 받아들여졌다. 여성가족부의 탄생은 상징적이다. 21세기 들어 여성 고학력자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여성 할당제’ 등 제도적 배려도 이뤄졌다. 그렇게 20년쯤 지나자 또 다른 극단이 왔다. 20·30 남성들은 ‘꼰대’가 된 50·60에 눌리고 자의식 과잉의 ‘페미’에 치여 주눅들었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이자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까지 받아야 했던 이들에게 ‘상남자’ 아이돌이 생긴 듯하다. 한반도 지정학에선 외교안보 기조가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며 경제성장 기회도 여기서 나온다. 인기만 생각한 대통령이었으면 한·일 관계 복원과 한·미·일 공조 강화 절대로 못 한다.

20·30에게 분배의 정의보다 시급한 것은 성장동력이다. 대통령 담화문의 ‘자유민주’를 파괴하는 ‘반국가세력·부정선거 척결’ 역시 그런 문맥으로 읽힌다. 국운을 위해 대통령은 목숨 건 투쟁을 선언했고 20·30이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 대하드라마적 서사의 시작이다.

임명신 필진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시대의 금기를 깨는 정론지 스카이데일리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대, 할인 혜택 등을 드립니다.

매월 5만 원 이상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 신문과
스카이데일리가 발행하는 최신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