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중기의 의관·의학자 허준(許浚 1539~1615)의 ‘동의보감’은 오늘날에도 유명한 책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각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나라에서 ‘동의보감’을 극찬하고 있다. 일부 사람은 ‘동의보감’이 중국 의서를 짜깁기한 것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동의보감’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짧은 식견을 드러내는 말이다.
우리가 논문을 쓸 때 모든 문장은 이미 나와 있는 논문과 자료를 참고로 그 내용을 인용하여 쓴다. 연구 소재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물 흐르듯이 본인이 연구한 내용에 맞는 자료를 얼마나 잘 찾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결과를 도출하여 썼느냐가 논문의 우위를 결정한다.
‘동의보감’ 역시 99%의 중국의 의서를 인용하여 만들어졌고, 여기에 1%의 창의력과 영감이 더해져 나름대로 흩어져 있는 방대한 자료를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을 기준으로 우리 땅에서 나는 향약을 위주로 집필하였다. 처음 보는 사람도 병의 원인과 증상, 그에 맞는 약처방·용량·용법까지 찾기 쉽게 정교하고 세밀하게 기술돼 있다. 인간의 질병 치료의 기여도에 있어 역대 의서 중 최고라 할 수 있다.
선조가 ‘동의보감’을 편찬할 때 방만하고 조잡한 중국의 의서를 요령 있게 정리하며, 질병은 조리와 섭생의 잘못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중국의 의서와 달리 약물을 우선으로 할 것이 아니라 수양을 우선으로 하며, 가난한 사람과 외딴곳에 사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우리 약재, 곧 향약을 활용하도록 하였다.
또한 백성이 알기 쉽게 할 것을 명령했다. 조선시대에 어느 정도 세력이 있는 가문은 집집마다 약장을 갖추고 스스로 약을 지었다. 오늘날 현대인들도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대로 하면 스스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 북한은 많은 집들이 ‘동의보감’을 가지고 있어 필요한 약재들을 구해 스스로 달여서 치료하기도 한다. 국가적인 의료 결핍은 스스로 살아남게 만드는 면역력을 길러 준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늘 탕약을 달여 식구들에게 복용하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양약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이 너무도 많은 요즘, 조금만 노력하면 경제적 비용도 줄이고 누구든지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지침서가 바로 ’동의보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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