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적 사명 따라 셀프 항명 가능?!’ 김선호 대행 ‘육사 축사’ 논란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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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81기 육사 임관식에서 ‘헌법’만 4번 강조
“헌법적 사명 따른 충성, 셀프 항명 면죄부 지적”
“시류 따른 정치 판단을 정치 중립으로 왜곡”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01 21:30:35

▲ 육군은 27일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주관으로 서울 노원구 소재 육군사관학교에서 '제81기 졸업 및 임관식'을 실시했다. 국방부 제공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이 육군사관학교 졸업·임관식 축사에서 이례적으로 ‘헌법적 사명’과 ‘올바른 충성’을 강조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보다 헌법적 가치‘를 강조한 국군의 본분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 대행이 자의적으로 시류에 따라 지휘와 명령에 복종 여부를 장교 스스로 판단하라는 위험천만한 주장을 펼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행은 지난달 27일 서울 노원구 육사에서 열린 제81기 졸업·임관식 축사에서 “‘충성’과 ‘용기’의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장교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우리 군이 존재하는 본질적 이유는 헌법과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라는 헌법적 사명을 기억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 대행은 이 자리에서 ‘충성’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김 대행은 “군인에게 있어 ‘충성’이란 헌법이 규정한 ‘국가·국민에 대한 충성’을 말하며, ‘용기’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바름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어떠한 순간에도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며 올바른 ‘충성’과 ‘용기’를 실천하는 장교가 되어주기를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행은 “헌법적 사명에 근거한 올바른 충성과 용기, 책임이 내재화된 전사가 되었을 때, 부하로부터 진정으로 존경받고,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헌법'을 4차례 언급하며 강조한 건 육사 출신 지휘관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도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되어 사법적 처벌을 면하기 어려워진 정국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김 대행의 ‘헌법 가치 수호에 따른 군의 명령 이행 여부 취사 선택’ 주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지속해서 이어져 왔다. 국방부 장관 대행직을 역임하고 있는 김 대행은 여러 차례 공개 자리를 빌려 대국민 사과하며 “2차 계엄 발령 요구가 있더라도 국방부·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치적 중립’을 근거로 1월4일 윤석열 대통령 불법 영장 체포를 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5경비단 병력 투입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데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체포영장 집행이 이루어질 경우 이를 막는데 군 병력을 투입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은 12.3 비상계엄 이후 주로 좌파 측에서 언급하며 비상계엄 관련 군 관계자를 처벌해야한다는 것을 합리화한 논리로 사용되어져왔다. 이를 두고 김 대행이 과도하게 군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을 근거로 군을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김 대행의 이 같은 축사를 두고 군 일각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셈이 됐다. 국군통수권자 명령에 충성해야 하는 군인에게 전후 사정과 헌법 가치의 경중을 따져가며 명령 이행을 주문하는 것은 ‘상명하복’이 원칙인 국군 명령체계의 본질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행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육사 출신 한 소식통은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 생명을 지키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라는 헌법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비상대권을 발령한 국군통수권자의 명령에 충성해야 하는 것을 전후 사정을 다 따지며 결심하고 이행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현재 영관급 장교들은 통수권자나 윗선의 명령에 적극적이지 않고 눈치나 보고 시류에 따라 소극적으로 일하는 것을 봐왔는데, 김 대행의 이번 축사가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부추길 것 같다”라고도 했다.

계속해서 “(윤석열 대통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 국면에서) 55경비단의 임무를 김 대행이 해제해 버린 것도 대세가 민주당 쪽이었던 것 같다는 판단하에, 시류에 흔들렸던 것”이라며 “말을 돌려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탄핵당하여서 직무가 정지되어도 여전히 대통령인데 대통령을 경호해야 할 55경비단 임무를 해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군 소식통도 “‘헌법 가치’라는 것은 절대적일 수도 없고 개개인에 따라 상대적인 것으로 12.3 계엄 당시 특수전사령부 곽종근 육군 사령관과 같은 이들이 ‘헌법 가치 수호’를 하겠다며 국군통수권자의 임명에 반하여 계엄군에 대해 사실상 ‘자발적 항명’을 명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국군통수권자의 명령에 따른 다루는 것은 국군으로서 ‘절대적 가치’이지만, 헌법 수호를 하겠다는 것은 전시 상황에서도 충분히 자의적 해석에 따라 이를 위반해도 된다는 해석을 낳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방부 장관도 아닌 대행이 정예 장교 요람인 육사 장교 임관식에서 사실상 ‘셀프 항명’의 면죄부를 허락한 것이나 다름없어 매우 충격적”이라며 “진짜 전쟁 상황에서 계엄 당시와 같은 명령체계가 작동할 경우 군의 지휘 계통은 아비규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전쟁에서 적보다 위험한 건 ‘명령 불복종’이며, 이의 경우 ‘즉각 사살’이 허락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라며 “군의 지휘 계통을 교란하는 ‘헌법 가치 수호’라는 축사는 현 시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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