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 여성이 단식 9일 차에 쓰러져 구급차를 부르자 119구급대원이 이동침대에 누운 단식환자에게 물었다. “탄핵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
전지영 자유정의실천연합 국장은 2월26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십수 명 종로경찰서 경찰관이 에워싸 긴장감이 흘렀지만 시민과 유튜버들이 모여들자 그들은 강압적 행동을 자제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경비요원들과 종로경찰서 경찰관들의 집요한 방해로 9일 동안의 단식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종로서의 경찰은 “서서 단식하라”며 돗자리도 깔지 못하게 했다. 이불과 침낭은 원천 차단했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밤에 이불 없이 입고 간 패딩 점퍼만으로 벌벌 떨어야 했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자 천막도 치치 못하게 막았다. 할 수 없이 큰 비닐을 덮어 주려고 하자 비닐도 못 치게 막았다. 높이 1.5m 담장과 바닥엔 박스 테이핑도 못 하게 막았다. 1인 단식농성이니 주변에 사람과 유튜버도 있으면 안 된다며 접근을 못 하게 막았다.
단식을 이어가던 또 한 사람 김영주 씨도 9일 차인 12일 쓰러져 구급차를 부르자 구급대원이 똑같은 질문을 했다. “탄핵 찬성합니까, 반대합니까?” 보호자로 함께 탄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이 “왜 그런 걸 묻죠”라고 묻자, 구급대원은 “지시가 내려와서요”라고 짭게 답하고 서대문 적십자병원으로 출발했다.
김영주 씨가 이동침대에 실려 응급실에 도착하자 최광순 담당의사가 말했다. “CT촬영 등 검사비용이 30만 원 드는데 돈이 없으면 검사할 수 없습니다”고 환자에게 말했다. 그 말에 김영주 씨가 나가겠다고 하자 김행 전 대변인이 걱정 말라고 해서 검사가 시작됐다.
2시간 후 검사표를 들고 온 최광순 담당의는 김영주 씨에게 말했다. “담배를 얼마나 많이 피우길래 폐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습니까?” 깜짝 놀란 김영주 씨는 황당해하며 “저는 술도 못 마시고 담배도 전혀 피우지 않는데요”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의사는 “그럼 아스팔트에서 얼마나 소리를 지르기에 폐에 구멍이 뚫립니까?”고 말했다. 적십자병원 의사의 환자에 대한 갑질은 치료하러 간 환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었다.

1905년에 설립된 대한적십자사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제네바협약의 정신과 국제적십자운동 기본 원칙에 따른 적십자 사업의 원할한 수행을 도모함으로써 적십자의 이상인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다.” Saving Lives(생명 지키기). 한마디로 적십자는 생명이다. 그리고 대한적십자사 운동의 7대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도주의 둘째, 공평주의 셋째, 중립 넷째, 독립 다섯째, 자발적 봉사 여섯째, 단일주의 일곱째, 보편적인 자세로 동등한 지위와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서로 돕는 범세계적인 운동이 그것이다.
1859년 솔페리노 전투의 비참한 광경을 목격한 앙리 뒤낭의 인류애로 탄생한 제네바협약에 따라 4년 뒤인 1863년에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전쟁 중에는 제네바협약에 따른 전시 포로·희생자·전상자 치료 및 구호사업을, 평시에는 수재·화재·기아 등 중대한 재난을 당한 자에 대한 구호사업 등 인도주의 사업을 수행한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전 세계 186개 국가가 가입한 가장 오래된 국제기구이며, 국제적십자운동의 기본 원칙에 따라 평시와 분쟁 중인 곳에서 다양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수행해 왔다. 다시 말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장하자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71년에 설립되었다. “인종·종교·정치 성향 등에 상관없이 생존의 위협에 처한 사람은 의료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신념으로 모든 사람을 구호하겠다는 ‘국경없는의사회’는 말한다. “세계 어느 곳이든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간다.”
대한적십자사는 국경없는의사회보다 65년이나 앞선 1905년에 설립되었다.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인종·종교·계급·신분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어떤 정치적 신념을 가졌든 차별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한다.
그러나 한국의 서대문에 위치한 적십자병원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인류애는 없었다. 이미 119 구급대원으로부터 환자의 정보를 입수한 의사는 “요것 봐라?”며 독기를 품은 듯 보였다. 그곳엔 환자를 돈으로 보는 탐욕스러운 의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환자는 환자 취급도 받지 못한 채 진료실엔 모욕과 능멸이 횡행했다.
119 구급차에 실려간 환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환자를 업신여기는 의료 기술자들의 매몰찬 눈빛이었다. 사상적 이념에 사로잡힌 적십자병원은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에게 치욕이란 독주사를 꽂았다. 촌각을 다투며 실려 온 응급환자에게 돈부터 내놓으라며 탐욕의 선결제 계산서를 내밀었다.
Saving Lives. 적십자는 생명이다.
9일 동안의 단식으로 만신창이가 된 전지영 국장과 김영주 씨는 말라 비틀어진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결국 김영주 씨는 적십자병원을 다녀온 이후에 심한 스트레스로 12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하지만 경찰·헌재 경비원·119구급대원·적십자병원의 온갖 갑질에도 전지영 국장은 24일 현재 헌법재판소 앞에서 2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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