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 포커스] 일자리는 누가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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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986년 미국 진출 후 50개 주 57만 개 일자리 지원
국내 기업 환경도 달라진 통상 환경에 맞춰 새로 조성돼야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4-07 00:02:59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2028년까지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에 대한 210억 달러(약 30조85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투자계획 발표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소개로 연단에 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생산 분야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 61억 달러, 미래 산업·에너지 분야 63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앞으로 약 4년간 집행한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는 1986년 미국 진출 이래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50개 주에서 57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4년간 추가로 2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단상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며 “현대차가 곧 매년 100만 대 이상의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이번 투자는 (미국의) 관세(정책)가 매우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앨라벨에서 착공한 지 2년 반 만에 문을 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현대차그룹의 세 번째 미국 공장이다. 이 공장은 2005년부터 가동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716만㎡)과 2010년 준공한 기아 조지아 공장(261만㎡)을 합한 것보다 큰 규모다.

연산 30만 대 규모의 여의도 4배 크기(1176만㎡)의 이 공장은 AI(인공지능)와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완전 자동화된 공장이다. 미래 제조업이 가야 할 방향이지만 한국에서는 고용 감소 우려에 대한 반발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3일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향후 국가별 상호관세 등 높아질 통상 파고를 감안하면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국내 자동차 수출의 49%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중요한 점은 대미 직접투자를 늘리는 한국 기업들이 성장을 지속해 국내 생산 기반과 일자리를 지키는 ‘윈윈’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수많은 부품업체와의 연관 효과가 크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는 2005년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준공을 계기로 글로벌 판매 대수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이 되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수출액은 준공 직전인 2004년 91억8400만 달러에서 20년이 지난 지난해 274억1500만 달러로 198.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 완성 차는 73만8868대에서 101만3931대로 37.2% 늘었다.

달라진 통상 환경에서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대미 직접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국내 생산과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되 대미 투자가 국내에 가져올 낙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러면 달라진 통상 환경에 맞춰 우리나라도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이 새로이 조성되어야 한다. 생산성은 세계 주요 자동차기업 중 가장 낮은데 철밥통 노동조합(노조)이 고임금을 받겠다고 습관적 파업을 하는 나라에서 수조 원을 들여 첨단 공장을 지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국내에 세워지는 현대차 신규 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인 내년에 준공될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이 전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공장도 8조5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에 짓기로 했다. 철강 경기 침체로 현대제철 인천공장은 4월 한 달간 가동 중단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도 현대제철 노조는 급여 등의 수준을 현대차만큼 올리라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세제 개혁을 통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15%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또 미국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간소화하는 ‘패스트 트랙’을 도입하고, 심지어 첨단기술 인프라 투자 보조금도 지급했다. 반면 한국의 법인세율과 상속세율은 각각 최대 24%·50%로 미국보다 10%p가량 높다.

기업 경영 환경도 마찬가지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안 되는 까다로운 근로기준법 등 적극적인 경영 활동까지 어렵게 만들려 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022년 기준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형사 처분 조항이 6581개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우리가 누구인가’(1990)라는 논문을 통해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기업이 바로 우리”라고 주장해 클린턴 행정부 정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외국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기도 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일자리 창출이 국가 산업의 중요한 기준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그것이 달라지고 있는 통상 환경에 대응하는 확실하고도 중요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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