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6º
습도 85%
강릉 10º
습도 95%
대전 10º
습도 90%
광주 18º
습도 95%
)
미국 행정부가 부과한 상호 관세가 한국 시각 9일 오후 1시 1분(현지시각 9일 0시 1분)부터 적용됐다. 2011년 11월22일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14년 만에 중단됐다.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특정 품목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상품을 무관세로 수출입해왔다. 한국산 제품은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서 관세가 무려 25%나 붙으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불 등에 떨어진 불처럼 현실화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선언하면서도 협상 가능성도 열었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각 국의 협상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정부의 요구사항들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동시에 협상을 통해 확실한 대가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제출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보고서에서 기존 무역협정들을 현대화할 여지가 상당하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한미 FTA 또한 기존 무역 협정에 속하는 만큼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반발한 중국에 관세 50% 추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라고 주장하지만 한국이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기란 어렵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발하자 미국 정부는 관세를 더욱 올렸다.
중국 언론은 중국 정부가 미국산 대두·수수 등 농산품 관세를 대폭 인상하고 미국산 가금육 수입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펜타닐 관련 미·중 협력도 중단하고 대중국 서비스 무역도 제한했다. 중국은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지식재산권 사업을 조사하고 미국 영화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을 고집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기존 관세율 13%에 더해 펜타닐 등 마약 문제로 부과한 관세 20%와 상호 관세 34%에 추가 관세 50%까지 약 117%의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에 비해 관세 부과에 대응할 카드가 부족한 상황에서 섣불리 보복 조치에 나서면 더 큰 관세로 반격당할 수 있는 만큼 관세 대응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한·일 우선 협상 지시
다만 미국 정부가 아직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캐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8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우리 모두에게 내린 지시에서 우리가 무역 합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동맹과 교역 파트너들을 우선하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며 “중국과의 대화 여부와 시기는 대통령이 정하겠지만 지금 당장에는 일본과 한국 등과 같은 우리 동맹과 교역 파트너들을 우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통해 정부 간 협상을 진행하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른 시간 내에 일본 정부가 미국에 고위급 협상팀을 파견할 예정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또한 한국 시간 8일 오후 9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고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미국에 도착해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등을 만나는 등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이스라엘 무관세 언급에도 무반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7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지고 무역장벽도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상호 관세 연기를 요청했다. 미국에 대한 항공기·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상품을 더 많이 수입하고 미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를 촉진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베트남 정부는 3월 말 미국산 LNG·자동차·에탄올·에탄 등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고 닭다리살·사과·아몬드 등 농산물 관세를 인하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46%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았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에 대한 관세 인하나 유예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EU 또한 미국과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EU는 상호 관세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으나 협상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아나카이사 잇코넨 EU 에너지 담당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산 석유와 가스 수입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에너지뿐만 아니라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U는 미국에 자동차 및 모든 공산품의 관세 철폐를 공개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관세 제안을 즉각 거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에너지 구입 확대를 요구했으나 실제 관세 인하로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만 정부 역시 미국에 협상팀을 파견해 특정 항목의 관세 하향 조정과 함께 대미 구매와 투자 확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LNG 개발 참여 경제성 불확실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알래스카 LNG 관련 투자와 구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한국에 알래스카 LNG 개발 참여를 요구해 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개발을 언급했을 당시에도 관련 업체나 기관은 구체적인 사항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현재까지도 세부 조건에 대한 조율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LNG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아직 확실하지 않아 LNG 개발 참여가 한국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용헌 전 아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민간 LNG 산업협회가 9일 개최한 제6회 LNG 포럼에서 “안정적 LNG 수급을 위해 LNG 슈퍼 사이클과 계약 시점과 내용을 신중히 고려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협상을 통해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나 인센티브가 상당하기 때문에 협상 결과에 따라 경제성 있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조선업계 협력 부탁
조선업 또한 한미 협상의 주요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력 강화를 위해 조선 산업을 재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군함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은 미국에게 요구가 아닌 요청을 받는 산업이다.
미국 조선업이 단기간에 제조 역량을 복구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조선 업체들에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왔다. 3월13일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시라 호가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성공적으로 수리를 마치면서 한국 조선업체의 역량과 한미 협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HD현대는 8일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함정 건조 분야 전문성과 역량을 결합해 선박 건조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건조 비용과 납기를 개선하기 위한 노하우와 역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한화오션은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했으며 추가적인 미국 현지 조선수 인수 또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조선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함선 수수량 또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선 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은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방위비를 거론했고 모든 사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협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미국에 퍼주기식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낼 것을 확실하게 받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무언가를 줬을 때 이득이 될 수 있는 협상 카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이를 통해 관세 인하와 같은 이득을 확실하게 챙기지 않으면 선물 보따리만 안겨주고 오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1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