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대형마트 의무휴업 족쇄 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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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17 00:02:30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에 시행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10년을 넘겼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중국 이커머스(온라인 전자 상거래)와 국내 이커머스의 공세에 대형마트는 성장이 꺾였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대형마트 중 규모 2위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대형마트는 2012년 3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점하고 있다. 영업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할 수 있다. 자정 이후에는 영업이 금지돼 이 시간대에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할 수도 없다. 전통상업 보존 구역 반경 1km 내에는 출점도 불가능하다.

이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고 대형마트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규제 항목들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는 골목상권을 살리지 못했을 뿐더러 대형마트도 추락시키고 있다. 실제 국내 전통시장은 2013년 1500여 곳에서 2023년 기준 1300곳으로 200곳가량 줄어들었다. 대형마트도 2019년 423개였던 매장 수가 작년 5월 기준 372개로 줄며 업황 악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도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찾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1500가구의 일평균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기준 610만 원으로 오히려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630만 원)보다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온라인몰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식료품 구매액이 평균 8770만 원으로 그렇지 않은 일요일보다 130만 원 많았고, 슈퍼마켓은 1920만 원으로 110만 원 많았다. 또 온라인몰 구매액은 2015년 180만 원에서 2022년 8770만 원으로 48.7배가 됐다.

이와 같은 수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실행되는 동안 이커머스 플랫폼이 급성장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대형마트와 달리 공휴일 영업은 물론이고 심야영업·새벽배송이 자유롭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오프라인 쇼핑으로부터 주도권을 가져온 이커머스 플랫폼은 최근 식품 전문관을 만들거나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대형마트의 강점이자 차별화 전략 중 하나인 신선식품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이뤄졌지만 갈 길이 멀다. 전국에서 △대구와 충북 △부산 △경기 의정부·고양시 △서울 서초구·동대문구·중구·관악구만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뀌었다. 서울은 대형마트가 많지 않거나 주말에 장을 보는 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가 풀리고 있다.

문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통시장 매출에 미친 효과가 미미함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역주행 정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기업형 슈퍼마켓의 출점 제한을 5년 더 연장하고 관련 대상을 마트·기업형슈퍼마켓에서 아울렛으로 등으로 넓혀 나가는 법안을 발의했다.

10여 년간 대형마트를 옭아맸던 의무휴업이라는 족쇄가 대형마트의 성장세를 꺾고 서서히 골병들게 만들었는데 이런 상황에 규제 강화라는 카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어불성설의 해법이다. 전통시장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형마트 산업을 죽이면 안 된다. 법 시행 10년 동안 전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없었다면 법과 제도를 변경하는 게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이다. 시간은 많이 흘렀고 대형마트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규제라는 족쇄를 풀어 달릴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때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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