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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입법부가 ‘사법부 침공’을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 국회의 동의 절차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은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선출 또는 지명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에 대해 입법부가 최종 승인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헌정체제의 근본인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인사권의 민주적 통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입법부가 헌재 인선권을 장악해 사법부를 정치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숨어 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향후 다가올 사법 리스크에 대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 판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일 이재명 후보가 대선 후보 등록 이후에 유죄가 확정될 경우, 민주당은 후보 교체 불가라는 치명적 정치 공백을 맞게 된다. 이를 방지하고자 민주당은 헌법 제84조의 ‘대통령 불소추 특권’ 해석을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헌재의 인적 구성을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꾸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사법적 해석을 ‘정치적 방패’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헌재 내부에 대법원장이 파견한 연구 인력들이 관련 조항 분석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 같은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사법부의 반발은 거세다. 대법원 내부에서는 “사법부 권한에 대한 노골적 침해”라며 민주당의 시도를 ‘헌정질서 파괴’로 규정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실상 전면전에 나선 모습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내부적으로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권한쟁의 심판 등의 대응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기관 간 정면 충돌, 즉 입법부 vs. 사법부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법관들과 헌재 재판관들도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입법부의 인선 개입은 사법 독립성 말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법부의 인적 구성마저 국회가 쥐고 흔들겠다는 발상은 입법 독재 그 자체다. 헌재는 정치 권력의 충돌을 중재하는 최종 기관이지, 특정 정당의 방탄 조직이 아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개악 시도가 총선에서 과반을 점한 민주당에 의해 실제 입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겠다는 발상이 그러한 의도를 잘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통령 선거 출마가 유력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열린 사실상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이제 문제는 단순히 ‘헌재 인선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다. 이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정의 핵심 원칙을 입법 권력으로 침탈하려는 시도이며, 결국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체를 위협하는 폭거가 될 수 있다. 국회가 헌법 해석기관까지 장악하려 든다면 민주주의는 의회의 과반 독재로 전도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법부의 명확한 저지선 구축이며, 국민적 경각심이다.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 중 하나가 법조인이다. 그만큼 사법부는 정해진 법에 따라 옳고 그름을 가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 판단에 법 이외의 정치적인 해석이나 압력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입법부의 개입은 더더군다나 있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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