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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유심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다. 유심 정보 유출은 이전까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보다 훨씬 더 위험한 사안이다. 이전 개인정보 유출이 내 개인정보를 남이 보는 수준이었다면 유심 정보 유출은 신원을 도용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피해는 없지만 이번에 유출된 정보가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 것이고 언제라도 이러한 정보를 이용한 피해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SKT는 2024년 정보 보호에 6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선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 투자액까지 포함하면 867억 원이다.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비교해 투자가 적다는 비판이 나오기는 해도 매년 수백억 원을 보안에 투자하고 있음에도 해킹을 막지 못했다.
해커와 보안 체계의 싸움에선 기본적으로 해커가 주도권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들어진 보안 체계의 허점을 해커가 공격하면 방어하는 측에서 이에 대응한 후 보안을 강화하고 해커가 바뀐 보안 시스템의 허점을 다시 찾아내는 식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킹을 100% 방어하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번의 해킹 시도가 있었을 때 99번을 막아낸다고 하더라도 1번 뚫리면 그대로 개인정보가 다크웹 등에 풀리기 때문에 방어자의 입장이 훨씬 더 불리하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유심 정보 유출 사태는 언제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해킹을 완벽하게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해서 이번 사건에 대해 SKT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기업의 방어 난이도를 고려해 줄 필요는 없다. 소중한 개인정보를 기업이 가지고 있는데 보안 투자를 얼마나 할지 기업이 결정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꽤 위험한 일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우리가 개인정보를 맡기는 것이 맞는지다. 유심 정보가 새어 나가면 내 이름으로 대포 통장이나 대포폰을 만들고 계좌에서 돈을 빼갈 수 있는데 이걸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면 그 정보가 통신사에 있는 것만으로 문제가 된다.
이제까지 사람들이 기업에 개인정보를 맡겼던 것은 편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구매하고 소비할 때 자신이라는 것을 확인할 만한 수단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했던 것이 개인정보였다.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다가 이제는 생일과 뒷자리 하나만 요구하는 수준으로 바뀌는 등의 변화는 있었지만 민감한 개인정보를 기업에 선뜻 건넨다는 점에서는 변하지 않았다.
최근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검색 기록이나 인터넷 로그 등을 토대로 맞춤형 광고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거론되는데 이는 개인의 취향이나 행적이 기록된다는 것이다. 조금 세게 말하면 빅 브라더나 파놉티콘이 생각나는 대목이지만 어쨌든 이런 정보도 제공돼 왔다.
기업이 개인정보를 잘 보호했다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논쟁도 크기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유명인이나 공인이 아니라면 개인정보를 가져간다고 해도 크게 쓸 데가 없다는 인식이 있기도 했고 대기업 보안 체계가 있는데 너무 호들갑을 떤다는 반응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전부터 기업이 가지고 있던 개인정보가 유출 당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했고 일부 기업은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 SKT 유심 정보 유출까지 겹치면서 과연 기업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관할 권리가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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