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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몰락은 언제나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품는다. 윤석열·김건희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속되는 장면은 국가적 비극이지만, 그 과정에서 형성된 보수 진영 내부의 풍경은 희극적이다. 한때 ‘정권의 심장’을 자처했던 세력이 이제는 유튜브 방송에 몰려 “윤석열 살리기”를 외치며 그 고단한 울림을 돈과 조회수로 환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구속 이후, 보수 유튜버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단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이다. 냉정히 따져 보면 명예라는 추상적 가치가 법정 판결과 감옥 문을 열어 주지는 못한다. 현실적으로 구속된 권력자가 되살아나는 길은 사면뿐이다. 조국, 윤미향, 박근혜, 이명박 모두 같은 경로를 거쳤다.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졌던 국민의힘이 대권을 잡아 사면이라는 정치적 보상을 얻으려면 결국 중도층을 확장하는 길 외에는 없다. 그럼에도 친윤 유튜버들에게 그 길은 곧 화수분 슈퍼챗 유튜브 채널의 종말이다. “계엄령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는 순간 그들의 주요 콘텐츠는 사라지고 슈퍼챗은 끊긴다. 따라서 이들은 끝내 손절하지 못한다. 눈앞의 돈과 후원에 취해 스스로 “윤석열 살리기”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윤석열 죽이기”에 기여하는 구조적 모순에 빠져 있다.
유튜버들은 이 왜곡된 구조를 외면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윤 전 대통령의 생존이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상품’을 팔아 조회수와 후원을 챙기는 일이다. 명예 회복은 끝없는 방송 소재를 제공하고, 지지자들에게 분노와 결집을 선사하며 ‘CCP OUT(중국 공산당 물러가라)’ ‘윤어게인’ 같은 구호를 내건다. 친윤 유튜버들은 스스로를 ‘우파 스피커’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구독자와 후원금에 목이 매여 있다.
“계엄령은 정당했다” “탄핵은 음모였다”는 식의 과거 미화는 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용기라기보다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장치다. “윤석열을 위한 전쟁이다, 국민 저항권이다”를 외치고 “윤석열을 위해 밀어붙이라”는 말로 시위대를 선동하는 이들은 폭력과 범죄마저 돈벌이 삼았고 ‘실시간 슈퍼챗’이라는 결제창으로 눈먼 돈을 쓸어 모았다.
영상에 아예 계좌번호를 띄워 개인 후원을 받기도 한다. 명품 옷을 입고 수입차를 끌면서도 이들은 각종 이유를 내세워 “돈이 필요하다”며 계좌를 열고 대놓고 후원을 요청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들이 와인에 스테이크를 즐기고 해외여행에 나서 고급 물품을 쇼핑하는 모습이 숱하게 포착된다. 그럼에도 방송만 켜면 맹목적 “윤석열 살리기”를 위한 돈, 아니면 알아서 상납하라는 뉘앙스다. 신고되지 않는 돈, 국세청의 손길이 닿지 않는 회색지대의 돈이 수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드라이브’는 납치된 유튜버가 “슈퍼챗으로 몸값을 모아야 산다”는 설정을 담았다. 픽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한국의 정치 유튜브 현장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유튜버들은 실제로 목숨을 건 싸움이 아니라 ‘슈퍼챗’과 후원금을 위한 싸움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이재명정부 민생지원금 15만 원으로 재단을 만들어 윤 전 대통령을 위한 애국 운동을 하겠다며 전액을 입금하라는 황당무계한 시민단체들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좋아하기 때문에 도와줄 것” “미국에서 부정선거 범죄자들을 잡아갈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을 퍼뜨린다. 하지만 국제 정치의 현실은 냉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윤석열이라는 ‘죽은 카드’를 위해 희생할 이유는 전혀 없다. 동맹도, 경제도 돈으로 재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전직 대통령 구명은 교환 가치조차 없다. 그럼에도 이 신화는 여전히 유튜브에서 소비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독자들이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 믿음을 먹고 사는 유튜버들은 미국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새로운 논리를 창출해 ‘천하무적 한미동맹 신화’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킨다.
결국 이들의 “명예 회복”은 본심이 아니다. 슈퍼챗을 위한 포장일 뿐이다. 사면을 말하는 순간, 중도 확장을 말하는 순간, 그들의 콘텐츠는 무너진다. 그래서 명예를 팔고, 진실을 가리고, 결국 윤석열 전 대통령조차 희생시키는 것이다. “윤석열 살리기”라는 구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본심은 “슈퍼챗(후원금) 살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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