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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산업은 한번 이미지가 나빠지면 되돌리는 데 막대한 시간과 돈이 든다. 문제는 회복된다는 보장조차 없다는 점이다. 관광지는 소비자가 ‘다시 찾을 이유’를 느껴야 유지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주요 관광지는 그 이유를 점점 잃어 가고 있다.
최근 국내 관광지를 둘러싼 ‘바가지’ 논란은 이런 경고를 현실로 보여준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서 국내 여행에 대한 불만 요인 1위는 ‘관광지 물가가 비싸다’(45.1%)였다. 이어 ‘특색 있는 콘텐츠 부족’(19.4%), ‘불친절한 서비스’(12.7%)가 뒤를 이었다. 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합리적 기준 없이 가격과 서비스 수준이 제각각이라 관광객 불신을 키우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자체들이 쏟아붓는 예산은 적지 않다. 축제·인프라 조성·홍보 캠페인까지 규모도 크다. 하지만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이 모든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셈이다. 해외 관광객만 바라보는 전략은 불안하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해외 방문객이 끊기자 해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관광지는 직격탄을 맞았다.
사례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제주도의 ‘비계 삼겹살’ 논란은 지역 관광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 부산의 ‘해운대 페스타’는 졸속 운영으로 파행을 빚으며 관광객의 외면을 자초했다. 공공 해변을 민간에 임대해 맡겼지만 관리·감독이 부실했고 결국 행사는 파행됐다. 여수에선 일부 음식점의 불친절과 바가지 요금, 잔반 재사용 논란까지 이어졌다. 결국 도지사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지역 관광 이미지는 큰 상처를 입었다.
지역 축제도 문제다. 지방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는 천막 부스를 세우고 비슷한 메뉴의 음식을 파는 데 그친다. 먹거리와 상품 구성이 다르지 않아 젊은 세대가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단순히 공연과 먹거리만으로는 더 이상 관광 수요를 만들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층의 여행 선택지는 해외로 기울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20대 이하 응답자의 해외여행 선호도는 48.3%로 국내여행(28.6%) 대비 1.7배 높았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해외여행 점수(3.92)가 국내(3.80)를 앞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비용이면 해외가 ‘더 새롭고 덜 실망스럽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관광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 신뢰가 우선이다. 상인의 자정 노력은 기본이고 지자체는 강력한 단속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가격 투명화, 상시 신고·피드백 시스템, 업종별 권장 가격제 같은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단속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행사, 로컬 브랜드와의 협업, 젊은 층을 겨냥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한다. 해외에서 통하는 관광지는 대부분 ‘다시 올 이유’를 만드는 데 성공한 곳들이다.
관광의 경쟁력은 결국 신뢰와 이미지에서 결정된다. 무너뜨리는 건 한순간이지만 회복에는 몇 배의 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바가지 없는 가격과 정직한 운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콘텐츠가 지속 가능한 관광의 출발점이자 기본이다. 내국인이 만족하지 못하는 관광지에 외국인이 오래 머물 수 없고 신뢰 없는 관광은 미래를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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