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에 나오는 커피 광고를 통해 아마도 ‘수프리모’ 라는 이름의 커피를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두고 ‘어떤 좋은 커피의 이름인가 보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수프리모는 특정 커피의 이름이 아니라 커피의 등급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반적인 등급명도 아닌 콜롬비아 커피만의 등급 이름이며, 콜롬비아에서 가장 좋은 커피 등급을 수프리모라 부른다. 수프리모 아래 등급은 ‘엑셀소’라는 이름을 쓴다.
커피에도 당연히 등급이 있다. 커피를 수확하면 품질에 따라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긴다. 경매 시장에 나오면 시장에서 이 커피의 품질을 판단해 등급을 매긴다. 더 나아가 각 농장의 대표적인 커피들은 국제적 커피 기구를 통해서도 그 등급이 매겨진다.
등급을 매겨야 각 커피의 품질에 맞는 평가가 내려지고 그에 맞는 적절한 가격이 형성이 돼 유통이 성사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커피의 등급을 매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라마다 상황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다르다.
첫 번째 방법은 결점두(불완전하고 품질이 낮은 커피콩) 수에 따라 등급을 결정하는 것이다. 보통 일정량의 생두에 들어있는 결점두 수로 등급을 정하게 되는데, 그 수에 따라 단계를 붙이는 방식이다.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 이러한 등급법을 쓴다.
에티오피아는 G1~G6, 인도네시아는 G1~G8, 브라질은.2~No.6 까지 등급을 정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좋은 등급이라고 보면 된다. 주로 전통적인 방법으로 커피를 경작하고 가공하는 나라들이나 브라질처럼 큰 농장에서 건식법(물을 거의 쓰지 않고 커피를 건조하는 방법)과 대량수확 방법을 취하며 사용되는 분류법으로 보인다.
불량생두가 적은 깨끗한 커피가 당연히 좋은 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러다보니 에티오피아의 건식 가공법을 사용한 커피의 경우, 맛이 좋고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결점두가 많아 G3·G4 등으로 등급은 낮은 편이다.
두 번째 방법은 크기로 분류하는 경우다. 크기 등급을 쓰는 나라는 콜롬비아·케냐·탄자니아·하와이 등이 있으며, 콜롬비아는 크기가 가장 큰 생두 등급이 수프리모며, 그보다 작은 생두는 엑셀소로 분류된다. 케냐와 탄자니아 커피는 알파벳을 사용해 AA·AB·A·B·C 등으로 등급을 나누고 있다.
커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케냐 AA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이 또한 커피 이름이 아니라 케냐 커피 중 최상등급을 말한다. 코나커피로 유명한 하와이 커피의 등급은 ‘엑스트라 팬시’·‘팬시’·‘프라임’ 등으로 나뉜다.
이렇게 크기를 따지는 이유는 생두의 크기가 클수록 고르고 결점도 적은, 품질이 좋은 커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는 나라들은 큰 단위의 농장은 아니더라도 국가 또는 지역에서 체계적으로 커피를 잘 관리하는 나라들이다. 따라서 품질이 대체로 고르고 좋아 이른바 ‘믿고 먹는 커피’로 평가되는 커피가 많이 난다.
세 번째 방법은 커피를 재배한 고도로 등급을 나누는 방법이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재배한 것부터 낮은 곳까지로 등급을 나누어 SHB·HB 또는 SHG·HG 등으로 나눈다. S는 ‘스트릭트리(Strictry)’ 라는 의미로 이 S가 있는 것이 좋은 등급이다. 해당 방법을 쓰는 나라는 코스타리카·과테말라·엘살바도르·멕시코·온두라스 등이다.
나라들의 이름을 보면 눈치 챌 수 있겠지만, 대부분 중앙아메리카에 속하는 나라들이 이러한 등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화산 지형으로 고도가 높은 산이 많고 이렇게 높은 산에서 커피가 경작되고 있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재배한 커피일수록 밀도가 높고 맛이 좋은 커피가 많이 수확되는 까닭이다.
이와 달리 국제커피기구 SCA의 커피 등급법은 스페셜티 원두를 분류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엄격한 기준으로 ‘스페셜티’ 등급과 ‘커머셜’ 등급 등을 나누고 있다.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커피만이 진정한 스페셜티 커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원두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은 이런 등급 분류법을 알고 있으면 원두를 선택하거나 구입할 때 좋은 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당연히 같은 가격이면 스페셜티 원두나 좋은 등급의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만족도를 높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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