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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주민들은 귀농하는 도시인들을 역겨워 한다
“시골에 뭣 하러 떼로 몰려와?”…집단 귀농은 그들만의 ‘외로운 섬’
김태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1-14 17:55:31
 ▲ 김태형, 2006년 3월 전 가족 귀농
 ▲ 2012년, 귀농 7년차 농부
마을회관 스피커에서 나오는 트롯트 메들리가 조용한 시골마을의 아침을 깨웁니다. 이어 총회를 알리는 마을대표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달됩니다. 40여 가구의 작은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앞으로 일어날 마을일에 대해 수군거립니다.
 
“산 깍으면 동네 망치는 것이여”
 
마을 주민들이 다 모이자 마을대표는 찬반 의견을 묻습니다. 우리 마을 안에 있는 산을 깎아 30가구의 생태마을이 조성된다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덕분에 농사 준비로 이야기꽃을 피워야할 마을회관이 새롭게 조성되는 마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가득합니다.
 
“시골에 젊은 것들이 뭣 하러 떼로 몰려 오는겨? 농사지을 것도 아니고 직장 다닐텐데... 그럼 잠만 자겠다는 것 아닌감?”
 
“시골에 이미 마을이 있는데 또 무슨 마을을 맹근다고 이 난리를 치는감?”
 
“산이 가파른데 산 깎으면 무너지는 거 아녀? 산 깎았단 동네 망치는 것이여”
 
“서른 가구면 거기서 나오는 오폐수는 어떡할 겨? 나중엔 농사지을 물 다 오염되는 거 아닌가 모르겄어”
 
 ▲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은 농촌이 절대 낭만적인 곳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농민들은 그런 낭만과 이상을 쫒는 도시인들의 귀농을 역겨워 한다는 것이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이다. <사진=필자제공> 

2012년 2월 제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날 회의는 전원마을이 들어서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마을이 발전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마을 공동체가 무너질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결국 생태마을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80명의 서명을 받아 시청에 제출했습니다.
 
게다가 마을에 현수막이 걸리고 의견을 담은 성명서는 지역언론에 기사화되기도 했지요. 시장을 만나고 충남도청을 방문해 항의하고 농림식품수산부 담당직원을 만나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결국 생태마을은 무산됐고 이 마을을 만들겠다고 나선 도시 사람들은 땅 구입에 들인 계약금을 날린 뒤 옆 마을에 다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귀농 귀촌을 권장하면서 개별 가구로 시골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집단으로 추진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특히 농림수산부가 집단으로 이주하는 도시인에 대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이주민과 기존 주민간 갈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준비 없는 집단귀농 주민간 갈등만 불러
 
이들 대부분은 동호회, 동문회, 인터넷 카페 등 친한 사람들이 모여 귀농·귀촌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골의 맑은 물, 넉넉한 인심,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텃밭에서 자란 채소로 식사를 하며 가족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행복을 상상 합니다. 게다가 노인들만 있는 시골에 마을 도서관, 마을극장 등 사랑방을 만들어 마을주민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큰 포부도 나타냅니다.
 
 ▲ 귀농에 성공하려면 농민들 속으로 스펀지처럼 흡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농민들에게 삶의 지난한 터전인 농촌을 전원마을이나 생태마을 등의 환상만을 갖고 조성하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부터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집단 귀농자들의 전원마을 조성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플랑카드.

그러나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많은 전원마을이 이들의 희망대로 살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전원마을은 자체 규약도 있고 마을회관도 존재하는 독립된 공간입니다. 이들이 과연 6~70대 노인이 대부분인 기존 마을과 과연 어울려 살 수 있을까요? 도시와 달리 시골에선 마을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어울릴 수 있습니다.
 
공동체 원한다면 기존주민에 흡수돼야
 
허나 하나의 마을 속에 2개의 문화가 존재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이 두 집단은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협력하기도 하면서 결국 각각의 문화를 만들어 내면서 반으로 쪼개지고 있습니다. 기존 주민들은 결국 농촌문화를 흡수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포기하고 그들만의 마을로 살아가는 ‘외로운 섬’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충남의 한 마을은 기존 주민과 입주민 간에 상수도 문제로 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전북의 한 마을은 입주민 간 갈등으로 소송까지 벌여 결국 마을이 두 쪽으로 갈라져 살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집단으로 이주하는 분들 대부분 생태공동체, 교육공동체, 지역공동체를 말하면서도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으면서 자연을 만끽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그런 농촌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요?
 
친한 사람끼리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분들은 지역민과 몸 부대끼며 지역 텃세를 느껴보시길 강권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짐싸 가지고 도시로 나갈 때 홀로 마을에 남아 농촌을 지켜온 주민들의 공동체가 바로 농촌이기 때문입니다. 귀농·귀촌은 바로 이분들에게 ‘시골에 내려와서 사는 것’에 대한 허락을 받는 지난한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물이 스펀지에 스며드는 것처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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