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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깨어나지 못한 자아 계발을 위한 '자기계발서'
인문학 키워드 _ 자기계발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9-01-19 17:57:46
▲ 문화평론가 고태경
90년대 들어 출판시장의 새로운 붐을 형성한 품종 중 하나가 바로 자기계발서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에서부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까지. 90년대를 넘어 2000년대 말까지 자기계발서의 붐은 중요한 사회현상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자기계발서의 붐이 형성된 90년대 초중반은 기업들의 경영철학에서도 큰 변화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우선 기업에 팀체제가 도입되기 시작한다. 제조업에서 작업공정을 책임지던 단위는 보통 ‘반’ 단위였다. ‘반’은 반장과 그 하위직원들이 결합한 체제로, 반장의 가부장적 권위에 기반해 운영되던 준-팀체제라 할 수 있다.
 
팀체제로의 전환은 단순 명칭의 변화를 넘어 노동윤리 자체의 획기적인 변화를 수반했다. 팀 단위의 결합을 통해 이제 기업 내에 팀과 팀 간의 경쟁, 혹은 팀 내부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팀장은 팀원들의 정서를 케어해야 했고, 보다 수평적인 소통형 리더십으로 무장하기를 요구받았다. 직장의 민주화가 시작된 셈인데, 역설적이게도 이 민주화는 팀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하도록 했고, 그로 인해 경영혁신에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었다.
 
경영의 합리화에서 조직심리학으로
 
자기계발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관리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90년대 신경영의 흐름 속에 부상한 표현 중 하나는 바로 경영 합리화라는 것이었다. 경영합리화 혹은 노동의 과학적 관리라는 표현 자체는 사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본격화된 것이었다. 테일러리즘이라고 알려진 이 패러다임은 대량생산체제에 맞추어 노동의 할당량을 세분화하고, 숙련 중심의 노동을 자동화 기술 기반의 단순노동으로 분절하는 것을 핵심으로 했다.
 
대량생산체제는 경기의 붐과 노동자 저항의 흐름을 배경으로, 임금상승과 노동조건 향상을 동시에 견인했다. 세계대전이 모두 끝나고, 새롭게 찾아온 장기적 경제성장은 대량생산과 더불어 대량소비를 가능케 할 노동자 집단을 필요로 했다. 임금의 상승은 소비자의 구매력을 상승시켰고, 구매력의 상승은 생산의 활성화를 선순환적으로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제성장기에서 노동은 자동화 기반의 단순노동으로 환원되는 경향이 있었고, ‘노동자’라는 명칭은 대체로 공장 제조업 노동자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았다. 전환점은 세계대전 후에 나타났고, 이제 노동자의 기준은 화이트칼라 노동자에서부터 중간관리자까지 다층적으로 위계화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노동의 관리 역시 화이트칼라에까지 폭넓어진다. 조직관리의 새로운 기법이 요구되었는데, 그 요구에 가장 먼저 부응한 것이 1950년대 말 미국에서 부흥한 조직심리학이었다. 요컨대, 이때부터 ‘팀’체제라는 것의 중요성이 본격화되었다. 조직은 이제 위계적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명령을 하달하는 우두머리 기반의 공간이 아니게 된다. ‘리더’라는 새로운 소통형 지도자가 나타났는데, 이로 인해 노동관리의 심리학적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리더십과 자기계발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리더는 상명하달의 체계와 거리를 두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직원들의 정서를 케어하고, 그들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권위적 지도자보다는 직원들 내면의 역량을 일깨워줄 ‘리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1950년대 이후 급부상한 조직심리학은 그렇게 강조했다.
 
이 새로운 경영철학은 리더와 팀원의 파트너십을 강조했고, 기업은 이 부드러운 지도자와 함께 그 약탈적 이미지를 벗기 시작했다. 잠시 90년대 이후 등장한 경영학 용어 몇 가지를 떠올려 보자.
 
먼저, ‘인재 경영’이라는 말이 있다. 노동이 자동화 기반의 기계적 단순노동으로 환원되던 시대는 종료되었다. 이제 노동은 보이지 않던 흐름을 읽어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주체성을 요구받게 된다. 신경영은 사실상 기업의 창조성을 강화해 줄 ‘인재 발굴’의 기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핵심 역량’이라는 용어였다. 누구에게나 잠재된 역량이 있게 마련이다. 심리학의 발전은 이제 이 잠재된 역량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나의 내면에 억압된 것, 좀더 정확히 말하면 아직 계발되지 못해 깨어나지 못한 역량이란 어떤 것일까. 자기계발서는 이 역량을 일깨우는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한다고 강조하며 출판시장을 뒤흔들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이 책의 제목은 크게 두 가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제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특정 자격증을 따는 것을 넘어 삶의 ‘습관’, 즉 라이프스타일을 통째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 변화는 평생의 자기학습을 통해, 즉 아직 깨어나지 못한 자아의 계발을 통해 완수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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