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칼럼] 부끄러운 민주화보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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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20 06:31:00

민주화운동 경력은 오랫동안 자부심의 원천이었지만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숱하게 목도하면서 이젠 자괴감의 원천이 되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한 민주유공자법은 또 한 번 나를 부끄럽게 한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최장 90일간 늦출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안건조정위원 6명은 민주당 3명·국민의힘 2명과 4월 전주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무공천으로 당선된 진보당 의원 1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본회의 통과는 시간문제다.

민주유공자법은 원래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압승 직후 우원식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정부와 국회를 민주당이 확고히 장악하고 있을 때였지만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인지 결국 철회했다.

그러다가 윤석열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작년 11월에 철회된 법안과 거의 같은 내용의 법안을 전재수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 이번에 정무위에서 단독 의결된 법안은 전재수안을 토대로 정무위원장이 수정한 것이다. 수정 내용의 핵심은 예우(禮遇)를 제법 축소한 것이다.

우원식·전재수안은 민주 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하여 “교육·취업·의료 ·양로·양육 지원과 대부 및 그 밖의 지원을 실시”하는 것인데, 이번에 의결된 안은 “의료·양로 지원 및 그 밖의 지원을 실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여론과 양심이라는 철조망 통과를 위해 낮은 포복 자체를 취한 것이다. 철조망 통과 후 어떻게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법안이 만들어진 명분 자체가 4·19혁명 유공자 및 5·18 유공자와 민주 유공자에 대한 형평성이다. 법안의 원형(原型)은 2002년 1월 제정 후 무려 47차례에 걸친 개정을 통해 특권·특혜를 계속 늘려 온 5·18유공자법이다. 5·18유공자법과 민주유공자법은 목적이 거의 같다. 전자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되거나 공헌한 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하자는 것인데, 이번에 의결된 안은 똑같은 내용으로 ‘5·18민주화운동’ 자리에 ‘민주화운동’을 집어넣으면 된다.

4·19혁명 유공자는 1960년 4월19일을 전후한 혁명에 참가한 사망자·부상자·공로자(건국포장을 받은 사람)로 국가유공자법에 의해 선정돼 예우가 제공되고 있다. 예우 대상자 수도 적고 나이도 많고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예우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5·18유공자는 대상자도 훨씬 많은 데다 상대적으로 젊고, 무엇보다도 국가유공자법이 아니라 5·18보상법과 5·18유공자법에 의해 선정돼 예우가 제공된다. 5·18민주화운동은 “1979년 12월12일과 1980년 5월18일을 전후하여” 일어난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되어 있다. ‘1979년 12월12일’을 집어넣어 그 시간·공간과 대상을 확대한 것은 문재인정부의 법 개정(2021.6.8)을 통해서다. 예우 대상자는 사망자·행방불명자·부상자와 그 밖의 희생자의 유족과 가족인데, 진짜 문제는 예우 내용이 사회적 합의를 한참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5·18유공자법은 5·18 관련자와 그 가족을 조선시대 반정공신 반열로 올린 법이자 사회적 특권계급으로 만들어 버린 법안이다. 5·18유공자법에 비해 그 예우 수준도 낮고, 대상자 선정 절차도 상대적으로 엄격한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반발이 거센 것은 5·18유공자법의 전철(前轍)을 봤기 때문이다.

예우는 복지 혜택과 비슷해서 한번 제공하기 시작하면 줄이거나 끊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은 시간(1964년 3월24일 이후)과 공간(대한민국 전역)과 내용에서 엄청나게 다양하고 애매하다. 민주유공자는 민주화보상법과 부마항쟁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심의·결정된 사람 중에서 선정한다. 민주화보상법의 취지가 국민 화합에 있다는 차원에서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한 조직적 사건(인혁당재건위사건·남민전사건 등)과 진압 경관을 살해한 폭력 사건 연루에 대해서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다.

4·19혁명은 그 성격에 대해 논란이 거의 없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선 제법 논란이 있는데, 민주화운동은 그보다 논란이 훨씬 많다. 특히 그 사건이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예우할 만한 민주화운동이냐고 따져 묻는다면 답하기 쉽지 않은 사건이 한둘이 아니다. 4·19와 5·18과 논란의 여지가 없는 민주화운동으로 사망한 사람과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 그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노동 능력이 없는 유족·가족에 대해 일정한 보상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명예 회복과 의료지원·금전적 지원에 한한 것이지 입학 특혜나 취업 특혜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유공자법과 5·18유공자법은 폐기하고, 필요한 사람에 대해선 국가유공자법으로 예우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예우 내용은 사회적 합의 수준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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